[르포] 날벼락 같은 산사태로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아수라장…"순식간에 흙더미가 집 덮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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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4시반쯤 3일간 양동이로 퍼붓는 것처럼 내리던 비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방에 있는데 어디선가 쐐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을 깨워 급하게 밖으로 나가보니 돌풍 같은 바람이 '휙'하고 지나가더니 순식간에 토사가 이웃집을 휩쓸어 갔습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상백마을의 김춘자씨(64)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바로 119소방대에 구조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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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가운데 구조 요청 도로 곳곳 유실로 구조 작업 발목
농작물 침수 과원 유실 등 농업 피해도 갈수록 커져
“15일 새벽 4시반쯤 3일간 양동이로 퍼붓는 것처럼 내리던 비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방에 있는데 어디선가 쐐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을 깨워 급하게 밖으로 나가보니 돌풍 같은 바람이 ‘휙’하고 지나가더니 순식간에 토사가 이웃집을 휩쓸어 갔습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상백마을의 김춘자씨(64)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바로 119소방대에 구조 요청을 했다. 16일 백석리노인회관 대피해 있던 김씨는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한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15일 새벽 산사태로 5가구가 매몰된 이 마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반쯤 흙에 파묻혀 종잇장처럼 구겨진 차량과 농기계, 사과나무 만이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주로 재배하는 사과원 곳곳은 토사와 아름드리나무에 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사태 하루 뒤인 16일에도 피해 마을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은풍면에서 효자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곳곳이 급류에 유실되면서 차량 통제가 이뤄졌다.
상백마을 주민들이 임시 대피한 백석리노인회관에서 상백마을까지 차량 진입이 안 돼 가파른 산길을 2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했다. 가는 길 곳곳에도 토사로 길이 유실되고, 황토물이 길을 가로질러 무섭게 흘러내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도로 유실은 구조 작업과 실종자 수색 작업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경찰과 119 소방대원 등은 필사적으로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었다.
황보성 백석리 이장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면서 “실종자를 찾고 응급 복구라도 빨리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천읍에서 상백마을로 이어지는 은풍면 일대도 물폭탄의 생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과원 4958㎡(1500평)가 모두 토사에 쓸려버린 이원희씨(77·은풍면 은산1리)는 “1959년 사라호 태풍 이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면서 “과원 전체가 토사에 휩쓸렸고, 도로가 막혀 응급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이곳 은산1리도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축사 한동이 통째로 쓸렸고, 도로가 유실되면서 1명이 실종된 상태다.
16일 오전 문경 호계면 막곡2리에선 수해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50사단 120여단 장병 40여명이 투입돼 침수된 9가구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마을길을 긴급 복구하고 있었다. 막곡2리는 인근 영가천이 15일 범람 위기에 처하면서 10여 가구 25명이 새벽에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막았다.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12시 현재 예천·문경·영주·봉화 등에서 18명이 사망하고, 실종 9명, 부상 17명이다. 농작물은 1562.8ha에서 침수, 과원 유실 등 피해가 발생했고, 가축은 6만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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