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침수 1시간 전에 '모래성' 쌓더라···이건 인재”
차량 15대가 잠기고 최소 11명 이상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제2궁평지하차도의 침수가 이미 예견된 일을 제대로 예방하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궁평1리의 전 이장인 장찬교씨(68)는 침수 1시간 전 문제의 미호강 철골 가교 사이 임시 둑을 찾았다. 그는 “현장에 가보니 인부 3~4명이 미호강 범람에 대비해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라며 “그 둑이 불어난 강물을 버틸 수 있었겠나”라고 국민일보·중앙일보에 전했다. 이날 사고는 오전 8시 40분께 발생했다. 인부들은 사고 발생 한 시간 전 미리 현장에 나와 미호강 범람에 대비해 모래로 임시 제방을 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장씨가 장비를 더 동원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끝내 무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따르면 가교는 새 다리를 놓기 전 청주~오송을 오가는 통행로로 활용하기 위해 행복도시건설청이 만들었다. 충북도가 밝힌 유실 구간은 50~60m 정도다. 가교 사이 구간이 비스듬한 형태로 원래 제방보다 낮았다는 게 장씨 주장이다.
장씨는 “오전 7시40분 현장을 찾았을 때 원래 있던 미호강 제방에선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면서도 “임시로 쌓은 둑은 맨눈으로 봤을 때 30㎝ 밑까지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장씨의 지적대로 이날 오전 8시40분쯤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 지하차도에선 불어난 강물이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자동차 15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났다.
그는 “포크레인 1대로 모래성으로 쌓은 임시제방이었고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119에 신고도 했다”며 “감리단장에게 장비를 더 동원해서 홍수에 대비를 해야한다고 30분 넘게 실강이를 벌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방이 무너지자 작업자들은 급히 철수했다”며 “최소한 톤백(포대자루)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큰 모래 주머니도 아니고 흙을 긁어모은 모래성이 쉽게 무너졌고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들어 갔다”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냐고 질타하기도 했다”고 국민일보에 설명했다.
장씨는 “집중 호우가 한참 전에 예보됐음에도 예비 둑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침수 사고가 난 것 같다”며 “평생 오송에 살면서 미호천 둑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중앙일보를 통해 전했다.
16일 오전 9시 30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는 8명으로 늘었다. 아직 지하차도에는 5명의 실종자가 있다. 하지만 구급차가 지날 때마다 현장은 ‘설마’하는 걱정으로 동요하고 있다.
결국 현장 실종자를 찾을 수중수색도 멈췄다. 이날 오전 5시55분께 잠수부 4명이 처음 지하차도로 투입된 지 2시간여만이다. 당국 예상대로 잠수부들은 지하차도 내 흙탕물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었다. 수색을 마치고 떠나는 잠수부들은 지하차도 내부 상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재난본부에서 답할 거다”라고 무거운 표정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소방당국은 전날 저녁처럼 수중주색 대신 배수작업을 재개했다. 현장에서 곧 구조인력이 지하차도 내부로 걸을 정도로 물이 빠질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시민들은 집중 호우가 예보됐음에도 예비 둑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사고가 커진 것으로 봤다. 물이 유입되는데도 차량 통행을 미리 막지 못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 강종근 도로과장은 "차량 통제에 관해서는 호우(홍수) 경보가 내리면 무조건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은 도로 상황이라든지 전체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하게 돼 있다. 그래서 그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계속 실시했었다. 제방이 범람 되면서 물이 갑자기 유입되기 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물이 워낙에 짧은 시간에 들이닥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말했다.
이어 "호우경보가 발령이 되면 밤을 새워서 모니터링은 한다.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물이 차는 과정이나 자동 배수펌프가 있으니까 수위를 봐서 차량 통제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도래는 하지 않는 과정에서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이렇게 갑자기 수몰됐다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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