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긴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 목표 미달 ‘소모전’ 양상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본격화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동서로 양분한다는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반격 초기에 보병을 동원한 적진 돌파를 시도하다가 막대한 전력 손실을 겪자, 미사일과 대포 공격에 주력하는 전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장기 소모전화하는 양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반격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점령지 수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각) 전했다. 그는 전날 군 사령관들과 회의를 한 뒤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남부와 동부에서 우리 군인들을 막기 위해 모든 시도를 다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초 시작된 반격 작전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5일께부터 남부 자포리자주와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흑해 연안의 헤르손주와 크림반도까지 이어지는 러시아군 점령지의 중간을 돌파해 남서부 주둔 러시아군을 고립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작전이 자포리자주 전선에 대규모 지뢰밭과 방어 진지를 구축한 러시아군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 세르히 흐라브시크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포리자에서 흑해의 내해인 아조우해 연안 도시 베르댠스크까지 진격한다는 작전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부 상황이 아주 어렵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주 최전선 마을인 로보틴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러시아군이 추가적인 남진을 막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도 서방 전문가들을 인용해 반격 작전 초기에 우크라이나군이 전선 돌파를 시도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시작 2주 만에 미국이 제공한 브래들리 기갑전투차량과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를 포함한 무기의 약 20% 정도를 잃은 것으로 평가했다.
민간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 사이트 ‘오릭스’에 따르면, 자포리자주 전선에 투입된 3개 주력 부대 중 하나인 제47 기계화여단이 지난달 8~9일 지뢰밭에 빠진 채 헬리콥터 공격을 당하면서 브래들리 기갑전투차량 28대를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제공한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로 무장한 제33 기계화여단도 지원 받은 전차의 3분의 1 정도를 반격 작전 일주일 만에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초반 손실이 커지자 작전 3주째부터는 전선을 직접 돌파하는 대신 대포와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에 따라 무기 손실률은 1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전선을 돌파가 더 어려워졌다. 신문은 자포리자주 전선에서 아조우해까지는 약 100㎞인데, 우크라이나군이 현재까지 8㎞ 정도 진격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소속의 군사 전문가 카미유 그랑은 “(현재 상황이) 반격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운명이라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공군력과 방공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서 병력 손실은 통상적인 전투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을 거듭해서 촉구했다. 그는 “전쟁을 끝내는 속도가 전세계의 지원에 달린 만큼, 우리는 이런 지원이 최대한 집중적이고 의미 있는 지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추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언제 도착할지는 불분명하고, F-16 전투기도 몇개월 안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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