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마리 불빛 반짝반짝… 아이랑 ‘형설지공’ 체험해볼까 [밀착취재]
이재문 2023. 7. 16. 13:06
에버랜드 이색 체험 프로그램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반딧불이 빛으로 정말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형설지공(螢雪之功·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함을 일컫는 말)으로 유명한 반딧불이의 또 다른 이름은 개똥벌레다. 과거 개똥만큼이나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흔한 곤충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보는 것이 아주 특별한 체험이 됐다.
에버랜드는 올여름 8월27일까지 매일 반딧불이 약 1만마리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영상 시청, 한살이 관찰, 형설지공 체험, 반딧불이 숲 체험 등의 순서로 회당 약 20분간 펼쳐진다.
먼저 체험장에 입장하면 교육 영상을 통해 반딧불이의 생태와 불빛을 내는 이유 등에 대해 배운다. 체험용 책상 위에 놓인 수조에서는 이끼에 자리 잡은 알, 물 안에서 기어다니는 애벌레(유충), 흙 안에서 변태를 준비 중인 번데기 등 한살이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반딧불이의 일생을 알아볼 수 있다. 이어 불을 모두 끄고 반딧불이가 수십 마리 들어 있는 투명 통을 가까이 가져가 글자를 읽어보는 형설지공 체험이 이어진다. 이렇게 생태 관찰과 체험이 끝나면 넓은 숲 체험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여기에서는 모든 조명이 꺼지고 반딧불이 약 1만리의 불빛이 사방에서 반짝이는 하이라이트 장관이 펼쳐진다.
반딧불이는 알, 애벌레, 번데기 등을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1년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아름다운 불빛을 뽐낼 수 있는 성충이 되지만 기껏해야 2주 남짓 짧고 강렬한 삶을 살게 된다. 보통 여름철 짝짓기 후 암컷은 이끼가 있는 물가 풀 속에 150~200개의 알을 낳는다. 약 한 달 후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물속으로 들어가 물달팽이나 다슬기 등을 먹으면서 겨울을 나고 9~10개월간을 성장하며 껍데기를 벗는다. 그 후 다시 땅 위로 올라온 애벌레는 한 달간의 번데기 과정을 거친 후 우리가 아는 성충으로 태어난다.
성충은 입이 퇴화했기 때문에 별다른 먹이를 먹지 못하고 이슬만 먹으면서 약 2주간을 살아가게 된다. 짧은 시간만 주어진 성충은 낮 동안 힘을 아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열심히 빛을 내며 하늘을 지그재그로 비행한다. 이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돋보여 다음 세대로 생명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빛을 내는 이유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짝을 찾기 위한 구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불빛으로 서로를 찾아가 구애 발광을 하고 짝짓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반딧불이 불빛은 ‘사랑의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이젠 쉽게 보기 힘들어진 반딧불이를 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에버랜드 동물원 식구들은 꼬박 1년간 세심히 준비한다. 특히 이곳은 수십 년의 연구와 사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저온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애벌레의 동면 기간을 조절해 여름 축제 기간 ‘사랑의 대화’를 시민이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반딧불이는 자연에서 청정한 지역에만 사는 곤충이다. 사육을 위해선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는 애벌레가 살아가는 수로를 1급수 수준 이상으로 매일 관리한다. 자연에서 이끼를 직접 채취해 반딧불이 채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자연 서식지 그대로의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2011년부터 반딧불이를 키우고 있는 에버랜드 곤충 전문가 김선진 사육사는 사육의 노하우를 묻는 말에 ‘정성’이라고 답한다. 김 사육사는 “1㎜도 안 되는 알을 수초에서 하나하나 찾아 정성껏 챙겨 주다 보면 어느새 성충이 돼 아름다운 불빛을 내뿜는 반딧불이가 된다”며 “그 모습을 오래 볼 수는 없어 안타깝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보며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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