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갉아먹는 이들은 누구인가

윤성철 2023. 7. 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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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오랜 단속에도 이들 불법개설기관이 계속 늘어나는 핵심 이유다.

이들 중엔 '생활협동조합'을 내세우거나 사단법인, 의료법인 모양을 갖춘 곳도 많다.

이들은 과잉진료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타격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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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곳 불법개설기관이 빼먹은 3조4천억원...적발하고도 실제 환수한 건 6%뿐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약국)들이 딱 그렇다.

'불법개설기관'으로 의심이 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하면 재빠르게 재산을 빼돌리고 폐업해버린다. 이를 적발해 건강보험에서 나간 돈을 환수하려던 건강보험공단으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 공권력과 이들 간 숨바꼭질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여기서 정부가 판판이 지고 있다는 것. 오랜 단속에도 이들 불법개설기관이 계속 늘어나는 핵심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 6곳이던 불법개설기관은 이듬해 44건으로 늘더니, 2011년부턴 160건으로 급증했다. 2021년까지 적발된 것만 1698곳이나 된다.

우후죽순 사무장병원, 면대약국...지금까지 적발된 것만 1700곳

병·의원이 대부분이지만, 약국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엔 '생활협동조합'을 내세우거나 사단법인, 의료법인 모양을 갖춘 곳도 많다. 심지어 사회복지법인, 종교법인, 특수법인 탈을 쓴 곳도 있다.

이들은 과잉진료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타격을 끼친다.

사무장 약국을 별도로 두고 16년간 건강보험에서 264억 원을 편취한 대형병원 병원장부터 의료법인·생활협동조합 명의를 빌려 6년 넘게 공단으로부터 14억 원 이상을 불법으로 타낸 부부 사기단, 부실 의료법인을 싼값에 인수하고는 고급 법인차량을 타며 호화생활을 해온 사무장도 있다.

불법개설기관들이 이렇게 국민건강보험을 빼먹은 것만 지금까지 약 3조 4천억 원('22. 3월). 더 큰 문제는 실제 환수한 징수액은 6.0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환수당하기 전에 폐업신고를 해버리고 줄행랑을 치기 때문. 그나마 잡아내도 재산은 이미 다른 곳으로 다 빼돌린 후인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로 2009~2021년 환수 결정된 1698곳 중에서 미리 폐업해버린 기관은 무려 1635곳(96.3%)에 달했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대부분이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 압류하려 해도 압류할 재산이 거의 없다. 실컷 조사, 수사하고 '불법'개설기관이라고 판정을 해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는 셈이다.

여기엔 '느림보' 수사와 조사도 한몫한다

수사를 해서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판정하고, 건보공단이 환수액을 결정할 때까지 평균 352일이 걸렸다. 거의 1년에 육박한다. 무려 4년 5개월이 걸린 적도 있다. 이미 '불법'에 익숙한 이들에게 1년이면 재산 빼돌리기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보험공단이 매년 사무장병원 적발 사례집을 내고, 가담자 유형 및 추적자료 등을 내며 '근절'을 외쳐왔지만, 역부족이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의 재정 관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에 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을 요구해왔다.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재정 누수를 조기 차단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 처분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또 "사무장병원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미리 차단할 수 있고, 조기에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연간 2000억 원 정도 건강보험 재정이 빠져나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제20대 국회에서 송기헌 의원이 이 문제를 입법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차례 법안 심의만 한 후에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제21대 국회 들어와서도 3개 의원실(정춘숙, 서영석, 김종민)에서 이 문제를 입법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만 돼 있는 상태다.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며 정부 예산으로 메꾸어 생색 내는 일에만 신경을 쓰지, 술술 빠져나가는 보험 누수를 막는 일엔 정작 별다른 관심이 없는 셈이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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