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주지훈의 ‘아는 맛’ 액션···영화 ‘비공식작전’[리뷰]

오경민 기자 2023. 7. 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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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의 한 장면. 외교관 이민준(하정우·왼쪽)과 현지 택시기사 김판석(주지훈)은 피랍된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기 위한 길에 함께 오른다. 쇼박스 제공.

익숙한 얼굴들의 익숙한 쓰임, 적당한 긴장감과 희로애락. <비공식작전>은 완성도 높지만 전형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정면승부’는 성공할까. 관객이 익숙함과 신뢰를 느낄지, 진부함이나 식상함을 느낄지에 달렸다.

1987년, 매끄러운 승진 고속도로에서 밀려난 중동과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그는 어떻게든 미국 주재원으로 파견돼 ‘주류’가 되고 싶다. 그런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1년8개월 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납치됐던 오재석 서기관이 구출을 요청해 온 것이다. 민준은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미국으로 보내주겠다는 외무부 장관의 언약을 받고 레바논으로 떠난다. 공항에서부터 위기에 처한 민준은 우연히 택시기사 김판석(주지훈)의 택시에 오른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판석은 민준의 작전에 동행한다.

하정우는 ‘하정우’하고 주지훈은 ‘주지훈’한다. 다소 속물적이지만 직업의식은 투철한 하정우는 투덜거리며 위기를 돌파하고, 주지훈은 건들거리면서도 시키는 걸 다 한다. 두 사람은 삐걱대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한다. 낯 익은 버디 무비다.

소재와 배경이 차별점이 돼 주었다면 새로움과 익숙함의 적절한 배합이었을 것이다. 다만 ‘위험한 국가에서의 탈출’ 소재는 신선하지 않다. 팬데믹 시기에도 많은 관객을 모은 <모가디슈>, 올 초 개봉한 <교섭>이 비슷한 배경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다. <비공식작전>의 갈등은 오히려 두 영화보다 더 간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악이 뚜렷하고, 민준과 판석은 마땅히 구해야 할 사람을 구한다. 영화는 분명한 당위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민준(하정우)는 몸값을 노리는 군경과 인질을 강탈하려는 무장단체에게 쫓긴다. 쇼박스 제공.

액션신이 감칠맛을 준다. 책상 앞에서만 일하던 외교관 이민준, 택시를 운전하던 김판수의 신체적 한계는 뚜렷하다. 이들은 마동석도 톰 크루즈도 아니다.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려눕힐 수도, 누구보다 빨리 뛸 수도, 총으로 무장단체와 대치할 수도 없다. 영화는 영리하게 설계된 액션신으로 긴박함, 웃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민준과 판수는 의외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가까스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다. 서로를 쫓기도 한다.

영화는 1986년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도재승 서기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배경과 시기, 외교관이 납치됐다 1년9개월만에 풀려났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영화의 내용은 모두 허구다. 민준과 판석이라는 캐릭터와 이들이 겪는 서사는 김성훈 감독의 상상력이다.

나라 전체가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떠들썩하던 시기,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민준의 구출작전을 다룬 영화는 안기부와 외무부의 대립 등을 통해 ‘국가’의 의미를 묻는다. 영화가 가벼운 오락영화를 자처하는 만큼, 현재에도 유효한 이 질문을 영화관 밖으로 가지고 나갈 관객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러닝타임 132분은 지루하지 않다. 8월2일 개봉.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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