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안가고 ‘스벅’ 몰려든 중년男...이 나라도 ‘잃어버린 30년’ 닥치나 [한중일 톺아보기]
하지만 가장 심각한 지표는 역시 실업률 입니다.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청년(만16~24세)실업률은 20.8%였습니다. 통계 작성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국가통계국은 “일부 수치가 전체로 오해되고 있다” 며 “청년층 상당수가 학생이라 취업 가능인력은 3300만명 정도다. 이중 20%가량이 일자리를 못찾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보이는 것 만큼 나쁜건 아니라는 입장을 애써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로 고용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최근 중국 언론과 위챗 등 SNS를 중심으로 옆나라 일본 경제에 대한 언급이 늘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동북아에서 다른 나라들 보다 빨리 고도 경제성장과 침체기를 겪었고, 저출산·고령화 등 성장 잠재력이 잠식되는 상황도 먼저 맞닥뜨렸습니다. 이 때문인지 일본은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닥쳤을때 좋든 싫든 고개를 돌려 비교해보는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월 기준 청년 실업률 20.8%는 단순히 해석하면 청년 5명중 1명이 실업상태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면 여기에는 △자신의 의사로 퇴직한 사람 △농촌 출신의 도시 이주 노동자(농민공) △한번도 취직한 경험이 없는 사람 △실업기간이 3개월 이하인 사람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 등은 실업자로 책정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수치로 나타나는 실업률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훨씬 더 많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의 청년들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여있다는 합리적 추정을 하도록 만듭니다.
왕밍위안(王明遠) 베이징개혁발전연구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최소 2300만명의 농민공이 일자리를 잃고 귀향했는데 이 중 1400만명이 청년” 이라며 “현재 약 5400만명의 청년이 실업상태” 라고 말합니다. 그의 추산대로라면 중국 청년 실업자 수는 한국 인구 보다 더 많은 겁니다. 왕 연구원은 “2030년까지 중국은 고용문제에 있어 건국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매년 이렇게나 많은 대학 졸업생 들이 쏟아지지만, 취업자리가 정해진 졸업 예정자의 비율은 채 30%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취업난이 갈수록 가중되는 추세기 때문에 이 비율은 더 낮아질 공산이 큽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안도가 높아진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버블 붕괴’ , ‘취업 빙하기’, ‘잃어버린 30년’, ‘청년 취업률’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뉴스에서는 “버블 붕괴후 취업 빙하기 때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지금 어떻게 됐나” “중국과 달리 지금 일본의 대졸 청년취업률은 97%” 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의 댓글란에는 자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죠.
실업문제가 심화되면서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灵活就業’는 ‘유연취업’이라는 뜻으로 특정 기업이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취업하는 형태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업 주부에서 따온 ‘전업 자녀’(全職兒女)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전업 자녀란 독립을 못해 부모집에 얹혀 살면서 가사일을 하는 대신, 조부모 또는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이들을 말합니다. 전업 자녀들의 숫자가 늘면서 이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한달 생활비가 4000~6000위안(71만원~106만원)정도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정규직 취업이 될때까지 공백기간 동안 음식 배달, 차량공유앱 운전기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 졸업생도 급증했습니다. 왕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식 배달원은 800만명, 차량공유앱 운전기사는 1200만명 늘었는데 이들중 대부분이 청년이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대학원 이상 고학력자 비율도 상당해 “중국에서는 이제 배달업도 고학력 직종이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들중 상당수는 기업의 감원 등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차마 아내나 자식에게 솔직히 털어놓지는 못하고 평소 출근할때 처럼 입고 집을 나서지만 갈데가 없어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서 제일 싼 음료 하나 주문해놓고 종일 재취업 자리를 찾는 겁니다. 실직 1개월차땐 스타벅스 같은 곳을 찾다가 실직 기간이 2개월, 3개월 길어지면 맥도날드로 옮기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면 공원으로 가는 정형화된 패턴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역시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과거 일본과 현재 중국에서 발견되는 현상들이 한국에서도 중첩돼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성장 잠재력 잠식은 경기 침체로 직결됩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경고등은 여러차례 울렸습니다. 중국에서 고조된 ‘잃어버린 30년’에 대한 불안을 한국이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다음회에선 NICE 신용평가그룹 베트남 법인장 출신 유영국 작가로부터 ‘한국기업의 베트남 투자와 진출의 허와실’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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