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LG화학 포스코도 뛰어든 ‘썩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토양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네이처웍스와 벨기에 퓨테로 등 해외 기업들은 발 빠르게 친환경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아디프텔레프탈레이트(PBAT)’와 ‘폴리락틱산(PLA)’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LG화학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PBAT에 이어 PLA 개발을 마치고 2025년 생산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6년까지 PLA 리사이클링 기술개발을 완료했고 SKC는 고강도 PBAT 개발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유해성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 대안으로 꼽히며 급성장하고 있다. 매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활용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에서 썩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가치에 눈 뜨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0년 104억6000만달러(약 13조원)에서 연평균 22%씩 증가해 2025년에는 279억1000만달러(약 3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수개월내 자연 분해되는 PLA 소재, PBAT와의 차이점
PBAT는 화석연료인 석유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으이지만 산소와 열, 빛, 효소와 반응해 자연적으로 수 개월 내에 썩어 없어진다. 주로 재활용이 어려운 농업용·일회용 필름·택배 포장재 필름으로 쓰인다. 최대 장점은 땅에 매립한지 6개월 안에 90% 이상이 자연 분해된다는 것이다. 일반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지는 데 100년 이상 걸리는 것과 대비된다.
PLA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에서 뽑아낸 포도당을 젖산으로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이다. 고온 조건에서 미생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수 개월 내 분해해 친환경적이다. 인체에 무해해 수술용 실이나 의약품, 식품 용기, 빨대, 생수병, 식기류, 티백 등에 쓰인다. PLA를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은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존 플라스틱의 절반 수준이다.
◇LG화학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생분해 플라스틱 상용화 나서
LG화학은 PBAT와 PLA를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2050년 ‘넷제로(탄소순배출 0)’ 달성을 위해 저탄소 경영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곡물기업 ADM와 합작법인(JV)을 2곳을 설립해 식물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그린와이즈 락틱’과 일리노이에 짓는 ‘LG화학 일리노이 바이오켐’을 짓는다. 그린와이즈 락틱이 ADM의 발효 기술력을 활용해 옥수수 기반 고순도 PLA를 연간 15만t 생산하면, LG화학 일리노이 바이오켐이 이것으로 연간 7만5000t 규모의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충남 대산공장에서 PBAT 소재를 시생산하고 있다. 내년 5월 연간 5만t 규모로 생산한다. 최근에는 PLA 소재 개발도 완료했다. 2025년까지 미국에 연간 7만5000t 규모의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PLA를 상업화한다는 구상이다. 장영주 LG화학 상품기획팀장은 “옥수수 유래 생분해 소재로 만든 PLA를 개발했으며 올해 시장 공략을 위해 ADM과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면서 “본격 시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 합병 이후 친환경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2030년까지 배출 탄소량을 현재 대비 27%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PLA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나설 정도로 바이오 소재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네덜란드 토탈에너지스 콜비온, 한국의 이솔산업과 손잡고 PLA 리사이클링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6년까지 PLA 리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KC는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에 2027년까지 약 5조~6조 원을 투자한다. 특히 친환경 소재 중에서도 PBAT 같은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고강도 PBAT 제품을 개발해 기존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C는 LX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180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생분해 신소재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친환경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6000만t 중 약 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커지려면 가격 경쟁력과 폐기물 분해 능력을 높이는 기술 경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한 제조업 관계자는 “일부 석유화학과 식품 등 대기업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화가 더딘 상황”이라며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2~3배 이상 높다는 점, 영세한 국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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