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호소하며 응급실 간 네타냐후…이스라엘 사법개편 진통 탓?

손우성 기자 2023. 7.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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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더운 날씨 탓” 해명했지만
사법개편 반대 여론 부담 때문이란 해석도
핵심 전력 예비군, 복무 거부 등 반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현지시간) 현기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더운 날씨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최근 사법개편을 둘러싼 진통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비군 일부가 사법부 무력화 정책에 항의하며 복무를 거부하는 등 여론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어지럼 증세로 텔아비브 인근 셰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두 차례 성명을 내고 “약간의 현기증을 느껴 주치의 조언에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며 “총리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 검사에선 모두 정상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추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에서 휴가를 보냈다. 당시 갈릴리호 낮 최고 기온은 38도를 넘었다. 총리실은 “뜨거운 날씨로 미세한 어지러움을 느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태양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물을 더 많이 마시길 바란다”며 “그러면 우리는 모두 즐거운 한 주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현지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슴 통증을 느끼긴 했지만, 응급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유력 온라인 매체인 왈라는 네타냐후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가 사저에서 의식을 잠시 잃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 행사 도중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향한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입원한 텔아비브 인근 셰바 병원의 모습.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의 응급실행이 더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 전역은 극우 내각이 추진하는 사법개편 반대 시위로 들끓고 있는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만 73세(1949년생)인 네타냐후 총리는 그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은 지난 10일 장관 임명을 포함한 행정부의 중대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걸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독회한 뒤 1차 표결을 진행했다. 이스라엘 현행법상 해당 법안이 완전히 제정되려면 두 차례 추가 독회와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의 독립성은 어떤 식으로든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NYT는 이날 이스라엘 예비군 약 200여명이 네타냐후 총리가 이달 말까지 사법개편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복무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초안엔 “사법 제도의 독립성을 해치는 입법 절차를 멈추지 않는 한 예비군은 봉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문구가 담겼다.

여기에 전투기 조종사와 특전사, 정보 전문가 등 예비군 핵심 인력 180명이 이미 국방부에 보이콧을 선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5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은 예비군 전력에 크게 의존하는 이스라엘군 특성상 이들의 반발은 사법개편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남성의 경우 최대 45세까지 예비군으로 등록돼 전역 후에도 각종 작전에 투입된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공습, 레바논·시리아 등 아랍국가와의 분쟁, 더 나아가 이란 핵무기 타격 시나리오에도 예비군은 주요 전력으로 포함된다. 15만명에서 17만명 수준으로 추산되는 정규군보다 약 3배 많은 45만명에서 50만명의 규모도 자랑한다.

NYT는 “물론 전쟁이 발발했을 때 예비군 대부분은 전장 투입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훈련을 피하면 이스라엘 군사력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평소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짧게라도 이를 거부하면 자격이 박탈될 수 있어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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