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도 안 바뀌더라"…직장 내 괴롭힘 권리구제 14.5% 그쳐
33% '취하'…27.9% ‘법 위반 없음’
#1. 직장인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24개월 휴직 후 복직했다. 동료 직원인 B씨는 이를 이유로 A씨를 조롱하고 폭언했다. A씨는 B씨를 회사에 신고했지만 내부 조사에서 불인정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했고, 일부 인정을 받았다. 인정받지 못한 내용은 녹취록 등 추가 자료를 보내 재진정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반복·중복 민원 처리에 따라 행정종결한다고 답변했다.
#2. 직장인 C씨는 대표의 처남인 상사 D씨가 평소 자주 자리를 비우고 몰래 일찍 퇴근한 것을 직장 동료들과의 단체 대화방에서 지적했다. 대화 내용을 알게 된 D씨는 회사 워크숍에서 C씨애개 “퇴사시키겠다”며 밀치고 목을 졸랐다. 며칠 후 회사 대표는 “C씨가 워크숍에서 분란을 일으켰다, 회사에 피해를 줬다”고 몰아붙였고 회사에선 “분란을 일으켰으니 가해자뿐 아닌 피해자도 감봉에 처한다”고 결정했다. C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회사 업무로 인한 것이 아닌 개인 간의 갈등이다”이라고 매듭지었다.
정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권리구제를 받은 사건은 1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받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신고 현황 분석 결과 해당 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지난달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2만8천731건이다.
그러나 이 중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은 개선지도 3천254건(11.3%), 검찰 송치 513건(1.7%), 과태료 부과 401건(1.3%) 등 4천168건으로 전체의 14.5%에 불과했다.
특히 검찰 송치 사건 중 고용노동부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 처벌해야 한다’는 ‘기소의견’을 주장해 송치된 사건은 211건으로, 전체의 0.7%였다.
대부분 취하되거나 단순 행정종결 처리되고 있어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에 대한 사후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접수 사건 2만8천731건 중 51.3%(1만4751건)는 ‘기타’로 분류돼 행정종결됐다. 이 중 27.9%(7천958건)는 ‘법 위반 없음’ 판정을 받았다. 취하된 사건도 3건 중 1건 이상인 33%(9천576건)로 집계됐다.
사후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적용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하청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신고자가 사용자들의 ‘보복갑질’에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 신고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서 조사의무 위반과 불리한 처우에 대해 14일 또는 25일의 시정기한을 준 것 또한 사용자에게 불법을 은폐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고충처리(사내신고)내역’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예방과 구제를 위한 제도 정착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와 같은 괴롭힘 사각지대 노동약자 보호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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