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7㎜ 물 폭탄에 미호강 범람까지…오송 주민들 "어떻게 살라고"

김형우 2023. 7. 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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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만 오면 물이 넘치니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쌍청리 마을에 사는 김모(90)씨는 수마가 할퀴고 간 집을 바라보며 희망을 잃은 듯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김씨의 아들은 연신 물을 퍼내면서 "2017년 수해가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물난리를 겪다니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애지중지 키웠던 작물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농민들의 모습이 마을 곳곳에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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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3개 마을 쑥대밭…"6년전 홍수때도 제방 시설 만든다더니 말 뿐"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큰비만 오면 물이 넘치니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쌍청리 마을에 사는 김모(90)씨는 수마가 할퀴고 간 집을 바라보며 희망을 잃은 듯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수해로 피해를 본 오송 쌍청리의 한 주택 [촬영 김형우]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오송에는 407㎜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미호강이 범람했다.

저지대인 집 내부에는 성인 가슴 높이인 약 1m까지 물이 차오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행히 긴급 대피 명령을 받고 집을 빠져나와 목숨은 건졌지만, 하루아침에 살림을 모두 잃어버린 탓에 막막하기만 하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폭우로 침수된 비닐하우스 [촬영 김형우]

김씨의 아들은 연신 물을 퍼내면서 "2017년 수해가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물난리를 겪다니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수해가 나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밀물처럼 모여들었는데 이번에는 피해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다 보니 도움의 손길도 덜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농민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이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논과 밭은 대부분 물에 잠겨있었다.

애지중지 키웠던 작물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농민들의 모습이 마을 곳곳에서 보였다.

30년 넘게 애호박 비닐하우스 25개 동을 재배하는 정모(60)씨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애호박 중 일부가 그대로 땅에 떨어져 썩고 있었다.

정씨는 "고지대에 위치한 7개 동만 간신히 침수를 피했고 나머지는 모두 물에 잠겼다"며 "1년 농사가 한순간에 날아간 거라 허망한 마음뿐"이라고 하늘을 원망했다.

폭우로 침수된 밭 [촬영 김형우]

이 마을에 사는 또 다른 주민 정모(70)씨도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모여 침수된 창고 내 생활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까지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2017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방 시설을 만든다고 이야기했지만 말뿐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려다.

2017년 7월 오송에는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미호강이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지류 하천 일부가 넘치면서 오송 저지대 마을을 중심으로 상당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오송읍사무소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피해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며 "공식적으로 집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쌍청리를 비롯해 미호강 주변에 위치한 호계리와 궁평리 등 3개 마을의 폭우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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