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저자세 전략’에 넘어갔나?… 檢, ‘기소유예’ 고려

김건호 2023. 7. 16. 11: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기소한 검찰
조민에 대해선 기소유예 카드 ‘만지작’
야당 비판 피하려 안전한 길 택했다는 비판도
조씨, 무죄 주장하면 기소유예 ‘불복’도 가능

‘반성(反省)’

반성은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면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행위를 뜻한다. 이같은 행위를 유독 많이 살펴보는 곳이 바로 검찰과 법원이다. 검찰은 기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의자의 반성여부를 고려하고,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양형기준으로 살피고 있다.

최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와 입시비리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딸 조민씨 기소를 유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다. 검찰이 최대한의 선처인 기소유예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씨가 학위를 포기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씨의 기소유예 가능성을 두고 형평성 논란에서부터, 실제 반성의 여부까지 각종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입학허가 취소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3 쌍둥이는 기소, 20대 조민은 유예?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검찰은 관례상 한 범죄에 가족들이 모두 연루됐을 경우 부모나 자녀 중 한쪽만 기소했다. 지난 2012년 유학원 대표 등에게 뒷돈을 주고 허위 국적을 취득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학부모 47명을 기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성년인 피의자들에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부모와 자녀를 한꺼번에 처벌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큰 사건의 경우엔 부모와 자녀 모두 기소해 경각심을 준 사례도 있다. 바로 2019년 ‘숙명여고 내신조작 사건’으로 아버지와 고교생 쌍둥이 자매가 기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 범행 당시 조씨는 이미 성년이었다는 점에서 숙명여고 쌍둥이보다 죄질을 더 나쁘게 보는 의견도 있다. 숙명여고 내신 조작 사건의 경우 기소 당시 쌍둥이 자매가 고3이었던 점을 고려해 검찰은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받도록 했지만 법원 결정으로 정식 형사기소로 갔다. 결국 아버지는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고, 쌍둥이 자매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쌍둥이 자매의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지난 2021년 10월 13일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기소 요건 완벽한 조민, 재량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 입시비리가 있고 조씨가 이에 연루됐다는 점은 명확하다. 검찰은 조씨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재판에 넘기면서 ‘정경심은 조민 등과 공모하여’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 전 교수가 조민씨 입시를 위해 마련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KIST 인턴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는 게 검찰 수사 결과였다. 정 전 교수는 입시 비리 혐의로 1심, 항소심에 이어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올해 1월 조 전 장관도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재판부는 “조국은 정경심, 조민과 공모하여 허위 서류 등으로 서울대 의전원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부모와 딸이 모두 입시 비리의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선 조씨 기소는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본다. 이미 검찰과 법원이 입시비리 공범으로 수차례 인정했다는 점과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까지도 갖췄다. 특히 입시비리 행위 당시 성년이었던 조씨가 조 전 장관이나 정 전 교수 뒤에 숨어 몰랐다는 변명이 통할리도 없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모가 처벌받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조씨에 대한 기소는 검찰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적인 사안인만큼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반의 관례를 따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조씨를 기소할 경우 야당 측에서 “원칙에서 벗어나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민, 기소유예 받아도 억울하면 불복 가능

검찰이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명분은 결국 조씨의 반성하는 태도다. 

조씨의 기소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조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 여부를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조씨가 저자세를 취해 검찰의 기소유예나 법원으로부터 가벼운 처벌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바 있다.

조씨는 지난 2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는 떳떳하다”며 표창장을 받은 것만으로 의사가 될 순 없고 성적도 충분했다며 억울하다는 의사를 지속해서 밝혀왔다. 당시 조씨는 조 전 장관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심정을 묻자 “검찰이나 언론, 정치권에서 저희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조 전 장관은 지난 5월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신의 책 북콘서트에서 “부산대 조사에서 내 딸 때문에 다른 사람이 떨어진 적이 없다고 들었다”며 억울함을 강조했다.
지난 2월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씨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인터뷰를 했다. 김어준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이랬던 조씨는 입학처분 취소를 한 부산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이 패소하고 검찰 기소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5월부터 “의료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의사면허를 반납하겠다”며 저자세를 취했다.

기소유예는 유예형 중 가장 관대한 처분으로, 피의자에게 해당 행위가 범죄행위라는 사실만 주지시키고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소를 ‘유예’ 할 뿐이지 죄를 면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실제 죄를 저지른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달갑게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기도 한다. 즉 조씨가 자신과 가족의 입시비리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