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놓쳤지만…‘강철 멘탈’로 진화한 LPBA 기대주 용현지

황국성 MK빌리어드 기자(ceo@mkbn.co.kr) 2023. 7.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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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 2차전서 접전 끝에 스롱피아비에 패 준우승
비록 졌지만 쉽게 흥분하던 ‘유리 멘탈’ 극복 입증
애버도 첫 시즌 0.540에서 0.786, 0.934로 발전
“과거 나와 다를 것, 지든이기든 경기에만 집중”
용현지가 LPBA 2차전에서 스롱피아비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용현지는 이 경기에서 과거 쉽게 흥분하던 ‘유리 멘탈’에서 벗어나 이기든지든 경기에만 집중하는 ‘강철 멘탈’로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우승은 놓쳤지만 ‘강철 멘탈’을 탑재하며 커리어 전환점을 놓았다. 여자 프로당구 LPBA의 기대주 용현지(22, 하이원위너스)다.

용현지는 지난 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끝난 23/24시즌 2차전 ‘실크로드&안산 LPBA챔피언십’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엔젤스)와 풀세트 접전을 벌였으나 세트스코어 3:4로 아쉽게 졌다.

그가 LPBA투어에서 결승 무대를 밟은 건 2021년 9월20일 열린 21/22시즌 2차전(TS샴푸 챔피언십) 이후 두 번째다. 첫 결승에서는 김세연(휴온스)에게 세트스코어 2:4로 패한 적 있다.

1년9개월여 만에 다시 결승에 오른 만큼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다. 특히 만나기를 학수고대한 피아비와 우승컵을 두고 격돌했기에 어느 때보다 마음을 다잡았다. 용현지는 프로 진출 이전 대한당구연맹(KBF)에서 활동할 때 피아비와 진한 우정을 나누면서도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그에게 피아비는 좋은 동료, 언니이자 넘고 싶은 산이다.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번 결승을 통해 확인하는 장이었다.

결과적으로 LPBA 무대에서 피아비와 처음 겨뤄 또다시 패배로 끝났다. 그럼에도 용현지에겐 ‘준우승 그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과거 자신을 ‘유리 멘탈’로 여겼다. KBF 시절 10대 유망주로 주목 받았지만 주요 승부처에서 움츠리는 경우가 잦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당구에 집중하고자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큐를 잡았으나, 혼란을 겪으며 마음고생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다가 20/21시즌 중반인 지난 2020년 12월 만 19세 나이로 LPBA투어에 뛰어들었는데 초기 두 차례 대회 모두 첫판에서 탈락했다. 특히 두 차례 대회 애버리지가 각각 0.3, 0.2로 프로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새로운 무대에서의 다른 경기방식과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

한때 큐를 놓을까도 고민했던 그가 반전의 디딤돌을 놓은건 오랜 연인인 조명우를 비롯해 스승인 김동룡(서울당구연맹) 등 주변 선배의 조언이 한몫했다. 고교 자퇴 이후 부담으로 주위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을 돌아보게 됐다. 용현지는 2차 투어 준우승 이후 기자회견에서 “(남자친구인) 명우 오빠가 평소 다른 사람에게 레슨하는 것처럼 내게 알려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은 다른 분에게 많이 배운다. 다만 오빠가 ‘(실전에서) 아무 생각하지 말고 공만 보라’고 조언해주더라. 그 속에서 내 루틴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PBA에 온 뒤 경기자세, 멘탈이 달라졌다. 과거엔 잘 안되면 흥분하거나 씩씩거렸다. 이젠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테이블에서 1점, 2점, 3점 공만 치자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이번 2차 투어 결승에서 피아비를 한때 코너로 몰아넣었다. 세트스코어 1:2로 뒤지다가 4세트를 따내고 5세트를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6세트에 뱅크샷 두 방을 곁들이며 승부를 파이널 세트로 몰고가는 저력을 보였다.

7세트 들어 피아비 관록에 패하긴 했지만 LPBA 최다승(6승)을 보유한 선수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피아비 역시 “동생(용현지)이 너무 잘 해서 솔직히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용현지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 전 몸풀기 정도로 10~20분 정도 하는 것 외엔 훈련하지 않았다. 오후 3시 경기면 보통 낮 12시, 오후 1시부터 공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실전에서 지칠 때가 있더라. 이번엔 일주일 동안 한번도 훈련하지 않았다. 집에서 허공에 대고 스트로크를 하는 등 멘탈 관리에만 주력했다”며 “(준우승했지만) 후회 없다. 과거와 내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앞으로도 지든 이기든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성숙하게 말했다.

용현지는 데뷔 시즌이던 20/21시즌 평균 에버리지가 0.540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0.786까지 끌어올리더니 올 시즌 현재까지 0.934를 기록 중이다. 세 시즌만에 ‘강철 멘탈’을 기반으로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고 있다. [차승학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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