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만 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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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지 6개월이 지난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못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7월 중에 워싱턴이 아닌 중국 북경을 공식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파열음을 일으키며 관계를 악화시키는 이슈들에 대해 살펴보고 꼬인 양국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지 짚어봤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도 마찰을 일으킨다. 미국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은 지난 1993년 오슬로 협정에 근거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바이든 대통령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두 국가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 전초기지의 합법화, 팔레스타인 주택 철거와 주민 추방,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선동 등이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한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브라함 협정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 2020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강력한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브라함 협정으로 묶고 이를 축으로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겐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외교의 치적을 쌓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우디는 협정 참여의 선결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로 충돌과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의 아브라함 협정 구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서안지구에서의 발생한 연이은 악재도 양국 관계를 경색시킨다. 지난해 1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수색 활동 중 체포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권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이스라엘 정부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피의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지난해 5월에도 알자지라 소속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기자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의 수색작전을 취재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미국 정부가 사건의 자체 조사를 추진하기로 하자 이스라엘 측은 미국의 행동이 '심각한 실수'라며 비난했다.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가 취임과 함께 사법 개편안을 추진하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지난 3월에는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했고 예비군, 전직 군참모총장과 모사드 지휘관, 현직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입법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과 협의하겠다며 입법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나 정부와 야당 간의 대화는 계속 결렬됐고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법안 재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27주째 주말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1일에는 '저항의 날'을 외치면서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은 사법 개편을 강경하게 추진할 태세다. 국제사회도 격화되는 이스라엘의 시위 사태에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네타냐후 정부가 반정부 시위로 인해 정정 불안에 빠지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질서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한다.
이스라엘의 사법 이슈는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그동안 정부의 극우적인 정책과 법안을 심사하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와 인권 침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팔레스타인 정착촌 확대 등을 추진하는 극우 연정 입장에선 대법원이 마치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다. 만약 사법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대법원의 권한은 축소되고 우파 정권의 입맛에 맞는 대팔레스타인 강경책들이 추진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는 아브라함 협정 등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네타야후 내각의 사법 개편은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와도 충돌한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악화하자 "민주주의 사회는 견제와 균형에 의해 강화되며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추구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통화해 입법 중단을 요청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과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네타냐후를 초청하는 문제에 대해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결속을 다지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네 현재 네타냐후 총리는 복귀한 지 7개월이 되어 가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공습 이후 미국은 7월로 예정된 네게브 회담 연기를 통보했다. 네게브 회담은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 국가(UAE,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바레인 등)들이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아랍 관계 정상화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서 아브라함 협정 추진을 위한 핵심적인 회의체다.
미국과의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이스라엘과 중국 사이의 교류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7월 중 중국 공식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총리 복귀 후 워싱턴 방문없이 중국을 먼저 방문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일종의 불만의 표시 해석된다.
양국의 경제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이스라엘의 교역국으로 지난해 교역액은 245억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양국은 FTA협정을 맺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은 이스라엘과의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2020년 사이 중국은 이스라엘에 약 190억달러를 투자했고 이 중 절반이 군사 및 첨단 기술 분야가 차지한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교역 및 기술 협력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기색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스라엘은 중국 상하이국제항만그룹과 하이파만 항구개발 투자계약을 맺었다가 미국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이파 항구 주변에는 핵전력을 가진 이스라엘 잠수함이 주로 정박하거나 미군 제6함대가 연합 훈련을 위해 수시로 기항하는 곳이어서 민감한 군사정보가 유출될 우려에서였다.
무엇보다 미국의 중동 외교가 핵심 우방국인 사우디에 이어 이스라엘에서마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이 이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만약에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처럼 중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중재하는 그림이 연출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중동 외교정책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율촌의 최준영 박사는 "향후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에서 벗어나 중동의 일원으로서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란을 제외한 다른 중동 국가들은 사실상 안보의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자신의 포지션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이 아닌 중국이나 인도 등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공통의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점차 꼬여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대해서 글로벌 중동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 미국 중동 특별 대사였던 마틴 인디크는 "이스라엘 극우 연합은 서안지구 합병을 위한 명확한 이데올로기 중심의 의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에 관한 논쟁을 격화시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양국 관계는 강경한 파트너들에 의존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네타냐후에게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엘리엇 국제문제대학원 국제문제 및 정치학 교수인 마이클 바넷은 미국외교안보 전문지인 '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이스라엘의 단일 국가 현실을 인정하고 '두 국가 솔루션'과 '평화 프로세스'라는 용어를 없애야 한다. 만약 이스라엘이 현재의 길을 계속한다면 미국은 원조 및 기타 특권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명백히 위반적인 행동에 대응하여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스마트하고 표적화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교협회의 중동연구 선임연구원인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 초청을 거부함으로써 중요한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다고 믿고 있겠지만 이는 극우파 연합에 대한 네타냐후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그의 초청을 거부하는 것은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에게 개인적인 만족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미국의 정책 목표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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