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약화로 신뢰 잃어가는 유엔 안보리, 각자도생 구도로 가나
-안보리 기능 약화 '신냉전의 작품', 진영 대결 심화로 '블록 대결' 비화 가능성
북한이 지난 12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며 안보리의 단합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몰타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안보리 회의는 한미일, 그리고 북중러의 대립 구도만 확인한 채 안보리 차원의 규탄성명이나 결의안 채택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유엔 안보리 기능 약화는 '신냉전의 작품'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도 중국이 침묵하거나 심지어 두둔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은 신냉전 구도가 ‘진영 대결’이지만 이러한 구도가 심화되면 ‘블록 대결’로 비화될 수 있어 이에 상정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는 이사국이 아닌 한국은 물론 북한도 2017년 12월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으로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이사국들과 한국 등은 이날 북한의 결의 위반을 규탄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북한을 비호하고 나섰다.
특히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우리는 특정 국가가 한반도에서 군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군사적 압력을 높이고 전략무기를 반복적으로 파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벌이고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고 지적하며 이런 접근이 긴장을 고조한다고 비호했다.
북한도 이번 ICBM 발사가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김성 북한대사는 "우리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시험발사는 적대세력들의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을 억제하고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권리의 정정당당한 행사"라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워싱턴선언',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재앙을 촉발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보리 회의 종료 이후 장외에선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알바니아, 에콰도르, 몰타 등 10개국이 참여한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거듭 규탄했다.
공동성명에선 "안보리는 이러한 도발에 대해 계속 침묵할 수 없으며, 이러한 행동이 불법적이고 불안정하며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하고 집단적인 신호를 북한을 비롯한 모든 확산 세력에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의 모든 결의를 완전하고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특히 "북한의 불법적인 수익 창출과 북한 정부의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그 대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외교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선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신냉전 구도가 강해지기 전까지 중국은 최소한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경우에는 규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의 위협이 문제라는 식으로 북한을 두둔하며 빈손으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이나 추가 제재 등의 조치를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서방진영만 별도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한국은 정경택 등 4명을 대상으로 독자제재에 나섰다"며 "안보리 기능 약화가 현실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 책임연구원은 "신냉전 구도가 강해질수록 유사입장국 간의 진영연대 혹은 각국의 독자적 방식의 대응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되는 구도에 빠지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아직까지는 신냉전 구도가 ‘진영 대결’이지만 이러한 구도가 심화되면 ‘블록 대결’로 비화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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