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두 달 남았는데 '나이스 사태' 여전…"빈칸 학생부 갈까 두려워"
"작성한 학생부 내용 사라져…대학에 전송 잘 될까"
"오류 불합격 생기면 이의제기 폭증…책임은 누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2024학년도 대입 수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오류가 지속되며 학교 현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빈칸으로 대학에 전송되는 등 수험생이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16일 서울 한 고등학교의 3학년 부장교사 A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한글 파일에 먼저 적은 뒤 나이스에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를 묻자 "쓰던 내용이 다 날아갈까봐"라고 답했다.
9월11부터 시작되는 2024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기간을 두 달여 남겨 놓고 고교 현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통 직후부터 시작된 '나이스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나이스 사태'는 개통 초기 다른 학교의 기말고사 답안 정보가 담긴 문항정보표가 출력되는 치명적인 오류와 강제 로그아웃 등 접속 오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촉발됐다.
교육부는 시스템 안정화에 나섰으나, 지난 11일 경기 지역 일부 중학교에서 기말고사 결시생의 인정 점수를 입력하면 해당 학생의 다른 과목 점수가 변경되는 오류가 발생하며 나이스 사태가 지속 중임을 재확인하게 했다.
교육부는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수정해 다음날인 12일부터 정상 작동되도록 조치했고, 중학교급에서만 해당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통 초기부터 수행평가 점수와 같이 평가 내용을 입력하는 기능에 오류가 있었고, 아직까지도 관련 오류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학생부를 작성 중인 고교 교사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수학교사 B씨는 "작성하던 학생부 내용이 사라지는 오류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이스 숙련도도 낮은 교사들이 메모장이나 엑셀에 내용이나 수치를 적었다가 옮겨가며 오류를 보완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수험생들의 학생부는 교사의 작성, 나이스 서버에서의 대입전형자료 생성, 대학으로의 전송, 대학에서의 수신 등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대학이 선발에 활용하는 대입전형자료는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 내용 중 대입에 반영되는 항목들만 추린 문서다.
올해의 경우 학생부 마감은 1학기가 끝나는 8월31일까지, 대입전형자료 생성은 졸업생 8월23일부터, 재학생 9월1일부터다. 9월11~15일 수시 원서접수가 끝나면 각 대학은 수시전형이 시작되는 9월16일부터 나이스 서버에서 생성된 대입전형자료를 전송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가 대입전형자료로 생성, 대학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내용의 변화나 누락이 없을지가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힌다.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원단체들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 2만3063명 중 73.9%가 나이스 오류로 수시 등 대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지역의 고교 진학지도 교사 C씨는 "그럴 일은 없어야 겠지만, 대학이 대입전형자료를 열어봤을 때 내용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있을까봐 걱정"이라며 "대학은 자료가 온전치 않더라도 그게 잘못된 자료인지 모르지 않겠나. 차라리 대입전형자료를 모두 수기로 도장 찍어서 대학으로 보내는 게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대학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시는 지원기회가 정시(3번)보다 두 배나 많기 때문에 지원자가 굉장히 많고, 이로 인해 대입전형자료가 빈칸으로 오더라도 이게 나이스 오류 때문인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생부 종합·교과전형 지원자가 매년 1만2000명에 달한다는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 관계자는 "학생이나 교사가 대입전형자료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고 대학에 공문을 보내지 않는 이상 대학이 모든 지원자의 미심쩍은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스 오류 때문에 붙어야 할 학생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면 수시 불합격에 아무도 승복하지 못할 거고, 이의제기가 쏟아질 텐데 그게 대학의 책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입학 관계자는 교육부에 철저한 사전 점검을 요청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3학년 부장교사 D씨는 "일반 프로그래머는 학교 현장에서 나이스 속 기능들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기능들이 많이 쓰이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대입전형자료 관련 기능을 점검하는 과정에 현장 교사들을 더 많이 투입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사전 점검 과정에서 오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나이스 오류를 제보하면 상품을 주는 식의 유인책도 도입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내달까지 교사들이 작성한 학생부가 오류 없이 대입전형자료로 생성되고, 대학에 잘 전송되는지 전반적인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주까지는 대입전형자료 생성 과정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고, 생성된 자료를 학교에서 점검해 그 결과를 전달받을 예정"이라며 "대입전형자료 사전 운영 기간은 내달 초까지 운영한다. 약 40개 고교 현장을 방문해서 생성된 대입전형자료가 학생부 내용과 동일한지 점검하고, 가상의 대학을 설정해 대학에 전송된 내용이 일치하는지까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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