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개월 초등교사, 처남 시험장 데려다주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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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후진국형 인재가 일어난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하나병원 장례식장 빈소.
수영을 할 수 있었던 처남은 가까스로 지하차도 밖으로 나와 "매형을 살려달라"며 119에 신고를 했지만 김씨를 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청주시 흥덕구청 직원들은 김씨 빈소로 찾아와 유감을 표하면서도 "도로가 2019년에 신설됐는데, 올해까지 4년 간 한 번도 이런 사고가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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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보러 가는 처남 태워주다 사고
유족 "후진국형 인재, 철저한 책임 규명"
“아직도 이런 후진국형 인재가 일어난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하나병원 장례식장 빈소. 의자에 앉아 사망한 김모(30)씨의 영정사진만 하염없이 쳐다보던 매형 유모(54)씨가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청주 흥덕구 오송읍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희생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소방 당국은 구조 작업을 펴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8명을 구조했지만 김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오전 6구의 시신이 추가 인양되는 등 인명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의롭고 정직했던 교사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김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누구보다 아이들을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쳤다는 김씨. 그는 결혼식을 올린 지 불과 2개월 밖에 안 된 새신랑이었다.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건실한 청년이었다. 이날 빈소에서 본보와 만나 어렵게 입을 연 매형 유씨는 “자신의 반 아이들을 사랑하고 정직하게 가르친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했다. 사고 당일도 궂은 날씨에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데려다 주기 위해 선뜻 운전대를 잡았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려오는 흙탕물에 휩쓸렸다. 수영을 할 수 있었던 처남은 가까스로 지하차도 밖으로 나와 "매형을 살려달라"며 119에 신고를 했지만 김씨를 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유씨는 “실종 한 시간 뒤에 시신을 발견했다”며 “병원 응급실에서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책임소재 철저히 가려야"
가슴이 찢어진 가족들은 구청 직원들의 안일한 해명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청주시 흥덕구청 직원들은 김씨 빈소로 찾아와 유감을 표하면서도 “도로가 2019년에 신설됐는데, 올해까지 4년 간 한 번도 이런 사고가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유씨는 “이태원 참사처럼 누군가 죽어야만 대비를 하겠다는 말로 밖에 안 들렸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을 주라고 했지만, 그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이 아닌 분명한 ‘인재’라고 못 박았다. 유씨는 "며칠 동안 비가 내려 강이 범람한 것 아니냐"며 "분명한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 중장비 동원도 없이 서너 명 인부가 모래포대를 쌓고 있었다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후진국형 시스템이 만든 후진국형 인재"라며 "장례를 치르고 정식 항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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