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유럽 가려다 지중해서 숨진 어린이 289명···매주 11명 꼴
홀로 여행 아동 범죄 노출 위험…해결책 시급
올해 상반기 매주 11명의 어린이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다가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지중해에서 선박 침몰 사고 등으로 죽거나 실종된 어린이가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289명에 달하며, 이는 매주 11명의 어린이가 안전한 곳에서 살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희생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니세프는 2018년부터 최소 1500여명의 어린이가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 횡단을 시도했다가 바다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이 경로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전체 이주민(8274명)의 약 5분의1에 이르는 수치다.
다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 이민선이 많고, 대체로 지중해에서 난파된 이민선에 생존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희생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고 유니세프는 밝혔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총재는 “많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재회하고 더 안전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지중해 해안에서 보트에 오르지만 도중에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고 있다”며 “바다에서의 구조 노력을 강화하고 어린이를 위한 더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러셀 총재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애초에 목숨을 걸게 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는 올해 1월부터 어린이 약 1만1600명(매주 평균 428명)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수개월간 위험한 여정을 거친 뒤 리비아와 튀니지에서 유럽행 배에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첫 3개월간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도착한 어린이의 71%에 해당하는 3300명이 보호자 없이 홀로 이민선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구금과 약탈, 고문, 인신매매, 폭력, 착취, 강간 등의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리비아와 튀니지에서 이민선을 타고 유럽으로 가는 데에는 인당 7000달러(약 900만원)가 소요된다. 튀니지·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중앙 항로는 지중해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항로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13일 이 항로를 통해 이탈리아로 가려던 이민선이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전복돼 약 6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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