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스타트업 창업가에 필요한 3가지 자질
'유동성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이야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거의 1년 동안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그만큼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제 어려움에 빠졌고 이미 폐업했거나 사실상 폐업 수순으로 가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겼다. 알게 모르게 사라진 스타트업들이 부지기수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이러한 유동성의 위기를 겪어본 적이 없다. 성장만을 바라보고 움직여 온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투자를 이야기하고 성공을 위한 성장을 이야기해오던 것에 익숙했지, 위기에 대한 대처나 생존을 위한 유지와 자금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 12여년 동안의 투자 경험에 비춰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해왔다. 경영자라면 당연하지만 그동안 유동성 속에 감춰져 있었거나 애써 외면해온 것들로, 앞으로 유동성의 시대가 다시 오더라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다 건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세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많은 수의 직원보다 적정한 소수의 인재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바로 시리즈A에서 시리즈B 사이다. 인재 채용에 공을 들여야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은 좋은 인재를 볼 수 있는 눈이 부족하다. 대부분은 채용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필요한 포지션에 적재적소의 인재를 영입하려면 해당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저 그런 직원을 채용하고 후회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존폐 기로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벌어진다. 필요한 포지션을 그저 채우기보단 그 어느 때보다 조직 전체의 역량을 올려줄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투자금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살림살이 경영이다. 초기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다 보면 창업자들이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서툴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투자금은 LP가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갖고 있던 자산을 투자라는 이름 하에 아주 높은 리스크를 안고 내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모든 투자금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너무 헤프고, 함부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모럴 해저드가 있었다. 들어오는 돈(in)과 나가는 돈(Out)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바로 경영에서의 살림살이다.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기업의 존속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손익분기점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 점은 창업자들의 살림살이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세 번째, 그로스(growth)가 아닌 사용자 중심의 프로덕트 경영을 해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쓰인 그로스 전략은 소위 돈을 태워 고객을 끌어당김으로써 플랫폼 사이즈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나 커머스 등을 붙여 돈을 버는 형태를 취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단 기간에 고객을 어떻게든 유인하는 형태의 마케팅 노력이, 좋은 UX를 제공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노력에 비해 훨씬 중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의 스타트업 프로덕트는 시리즈B·C 정도의 단계에서도 기초적인 UX조차 설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더 이상 태울 돈이 부족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비용을 많이 줄이는 것은 마케팅 비용이다. 바꿔말하면 이제 진짜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때가 됐다. 필자가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강조해온 UX에 관한 보다 진지한 노력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지금의 창업자들이 이 세 가지 경영 자질에 관해 이해한다면, 유동성의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장진규 컴패노이드 랩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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