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 모래 제방 쌓더라"…오송 지하차도 침수, '인재 논란'

주민 "홍수대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충북도 "물이 갑자기 들이닥쳐 통제할 시간 없었다"

16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가 수색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7.16/뉴스1

(청주=뉴스1) 이성기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예견된 인재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마을 주민이 '사고 발생 1시간 전쯤 인부들이 모래로 임시제방을 쌓는 것을 보고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찬교 전 궁평1리 이장은 지난 15일 국민일보에 "오전 7시40~50분쯤 현장에 가보니 인부 3~4명이 미호강 범람에 대비해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포크레인 1대로 모래로 쌓은 임시제방이었고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119에 신고도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감리단장에게 장비를 더 동원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지만, 작업자들이 요구를 무시했다"라고 분개했다.

결국 제방은 무너졌고 작업자들은 그 자리에서 급히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이장은 "제방이 무너지자 작업자들은 급히 철수했다"라며 "최소한 톤백(포대자루)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래 제방은 쉽게 무너졌고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 들어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등은 집중호우가 예보됐는데도 예비 둑을 제대로 쌓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빗물이 지하차도로 흘러 드는데도 차량 통행을 제한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충북도 강종근 도로과장은 그러나 지난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차량 통제는 호우(홍수) 경보가 내린다고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고, 도로 상황 등 전체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결정한다. 자체 모니터링을 계속했다"라며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물이 갑자기 유입되기 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물이 워낙에 짧은 시간에 들이닥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불가항력적 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밤을 새워서 모니터링을 한다.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물이 차는 과정이나 자동 배수펌프가 있으니까 수위를 봐서 차량 통제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는 그 정도까지는 도래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방이 붕괴되는 바람에 갑자기 수몰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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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갑자기 들이닥친 물에 잠기며 버스 등 차량 15대가 고립돼 물에 잠겼다.

소방당국이 즉시 출동해 구조작업에 나서 9명을 구조하고, 1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구조대와 경찰은 지하 차도에 15대의 차량이 침수돼 있고, 12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강물에 제방 일부가 붕괴하면서 하천 물이 지하차도로 들이닥쳐 발생했다. 6만t에 달하는 물이 600m 길이 지하차도로 불과 몇 분 만에 유입된 것이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모두 15대가 지하차도에 갇힌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는 16일 오전 6시쯤부터 잠수대원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여 시신 6구를 인양했다. 이로써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sk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