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A농협-조합원, '납품 감자 폐기처분' 놓고 책임 공방

2023. 7.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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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금액도 이견…조합원 "잘못은 농협이 했는데 왜 농민이 피해를 입어야 하나" 하소연

[이백상 기자(sm3808@naver.com)]
"농협이 심으라고 해서 심었고 캐오라 해서 캐서 갖다 줬다. 그런데 농협에서 보관하고 있던 내 감자가 죄다 썩어 문드러졌다. 한 2500~3000만원어치 정도 된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책임질거냐 했더니 농협은 '농협중앙회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기다려 보라고만 한다. 무책임한 답변에 열불이 난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 농업인 김영환(65)씨의 하소연이다. 농협의 권고로 자신이 애써 농사를 지어 납품한 감자가 대부분 썩어 폐기 처분됐는데, 농협이 이를 책임져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게 뭡니까" 아들과 함께 감자 농사를 지어 이천 A농협에 납품한 김영환 조합원(사진)이 "농협의 무책임한 태도에 열불이 난다"고 했다. 선별된 감자를 썩혀 폐기처분했음에도 농협이 어떠한 책임도 져주지 않고 있다면서다. ⓒ프레시안(이백상 기자)

16일 김씨와 이천지역 A농협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2만1000여㎡(6500평) 가량 되는 농지에서 수확한 감자 톤백(대형 마대) 100자루(본인 추산 40톤 상당)를 지난 1일부터 나흘 간 농협에 납품했다. 농협 측으로부터 "감자를 캐서 가져오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납품한 감자는 A농협 본점 창고와 미곡처리장 일대에 보관돼 선별 작업이 이뤄졌고, 감자 일부가 판매돼 약 1200만원(운송, 포장, 선별비 등 제외한 금액)을 결제 받았지만, 그 후로는 이날 현재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는 "1200만원 외에 추가로 결제 받아야 할 감자 값이 최소 2500만 원 이상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농협이 농협에서 보관하고 있던 내 감자를 모두 썩혀서 폐기처분해 놓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을 이장까지 지낸 김씨는 현재 A농협 조합원이면서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귀농한 아들과 함께 이번 감자 농사를 지었다가 이 같은 낭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감자를 심을 때도, 캐서 납품할 때도 모두 농협 측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농협이 감자에 대한 전문 지식도, 기반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이 지경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A농협 측은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하면서도 김씨의 피해 보상 여부에 대해선 "농협이 책임질 사항이 아니다"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감자 농사에 대한 수탁 관계자일 뿐 계약재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폐기 처분된 감자 수량도 김씨가 예상한 수량과 금액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김씨는 톤백 한 자루당 400kg(감자에 묻은 흙과 비품을 제외한 무게)이 든 감자 100자루를 납품했다고 했다. 선별 후의 감자 수량을 40톤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농협은 김씨의 감자를 정품만을 선별해 총 34톤으로 집계했다. 김씨가 예상한 수량 보다 6톤이 부족한 것이다. 농협은 이 가운데 22톤을 출고(판매)해서 김씨에게 1200만원을 결제했고, 나머지 감자 12톤은 부패돼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농협은 김씨의 감자 평균단가를 663원(kg)으로 적용해 그가 실제 피해 본 금액은 795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결제가 이뤄진 1200만원 외에 농협과 김씨의 감자 가격 총액은 최소 1700만 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김씨는 kg당 감자 가격을 농협이 판매한 금액(663원)보다 훨씬 많은 1000원 이상으로 생각했다. 실제 감자 농사를 지은 A농협 조합원 39개 농가의 평균가격을 살펴본 결과 이 중 11개 농가가 kg당 1000원~1395원을 받았고, 900원 이상 받은 농가가 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억울하다. 농협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농민 김영환씨는 자신이 농사지어 납품한 감자를 "농협에서 썩혀 버렸다"며 "농협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이 지경이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프레시안(이백상 기자)

조합원들이 납품한 감자는 선별을 해야 정확한 수량이 나오고, 가격은 판매가 돼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있는 구조여서 수량과 가격 문제를 놓고 김씨처럼 논란이 일 소지가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온저장시설도 없는 농협이 선별까지 마친 내 감자를 제때 팔지 못해 썩혔다면 당연히 농협이 책임을 져 줘야한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이에 A농협 측은 "선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장마와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감자의 부패가 심해졌다"며 "이런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농민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39개 농가의 폐기처분된 피해 상황을 집계한 A농협은 농협중앙회에 '농민들의 감자 손실에 대한 보상지원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김씨는 이와 상관없이 "농협에서 썩힌 내 감자 값 서둘러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백상 기자(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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