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헝가리 의대, 국시 합격률이 85%" 따져 보니…

이경원 기자 2023. 7. 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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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초등 의대 입시반이 성행할 정도로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 의대에 입학해 국내 의사가 되는 방식을 '우회로' 삼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외국 의대를 졸업한 뒤 해당 국가의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이른바 '국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헝가리 의대가 유독 많이 거론됩니다. 절대 평가 방식으로 선발해 입학이 한결 수월하다고 알려진 까닭입니다.

그런데 최근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시 합격률이 85%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내 의대 출신 합격률이 95% 정도니까,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자연히 합격률 통계는 외국 의대 준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학원들의 광고 문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실은팀이 학원 광고들을 확인해보니, 국시 합격률과 관련한 홍보 문구를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국시 합격률이 이렇게 높다, 그러니 안심하고 준비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외국 의대 준비 학원의 홍보문구들

그렇다면, 헝가리 의대 출신의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정말 85%일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에서 확인했습니다.


사실은팀은 '합격률 85%'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했습니다. 출처는 의원실 자료였습니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헝가리 의대를 졸업해 헝가리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의 국시 합격률이 85%였습니다.

앞서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도 비슷한 자료를 냈습니다. 전산화 이후 집계 가능 시기 기준(2011년 이후)으로 기간을 넓혀 따져봐 분석했는데,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시 합격률이 82.4%에 달했다는 내용입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보도자료

보건복지부에 확인했습니다. 위와 같은 합격률은 사실이었습니다.


최근 5년만 추려서 계산하면 총 86명이 국시를 봤는데, 이 가운데 73명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84.9%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산화가 시작돼 통계 추출이 가능한 2001년부터 최근까지 평균은 82.4%로 계산됐습니다.

그런데, 사실은팀이 이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해보니, 중간 과정 하나가 생략돼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인정받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의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국시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국 의대를 졸업한 사람에 한해 국시를 볼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예비 시험'이란 게 추가로 있습니다. 외국에서 의학을 배웠더라도 국내 의료 수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의료법 5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예비시험과 관련한 사실은팀의 질의에 "예비시험은 우리 의대 출신은 보지 않는 시험이다. 외국 출신 의대생을 상대로 걸러내는 장치로 보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신현영·정춘숙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의 합격률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자, 그러니까 예비시험 합격자 가운데 국가시험을 통과한 비율입니다. 보다 정확한 합격률을 따지기 위해서는 예비시험을 포함한 전체 응시자 대비 국시 합격자를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은팀은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5년 동안 헝가리 의대 출신의 전체 응시자 현황 자료를 받아봤습니다. 모두 171명으로 계산됐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예비시험 합격자 86명 가운데 국가시험 합격자는 73명으로 합격률은 84.9%입니다. 하지만, 예비시험을 치른 전체 응시자 171명을 기준으로 보면, 합격률은 42.7%였습니다. 절반을 밑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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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대 졸업생의 의사 예비시험 합격률은 높은 편이 아닌 건 사실이다. 2023년도만 예로 들면, 헝가리를 포함한 해외 의대 출신자의 예비시험 응시자는 130명이었다. 이 가운데 1차 필기는 60명 정도가, 2차 실기는 정도가 30명 통과했다. 여기에 (지난해 합격자 등) 추가로 40명이 국시에 응시했는데, 이 가운데 32명이 국가시험을 통과했다."
- 보건복지부 직원, SBS 사실은팀 질의에 대한 답변, 지난 14일.

헝가리를 포함해 외국 의대 출신 전체로 보면, 합격률은 더 낮아진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입니다.


헝가리 의대의 '자격'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헝가리 의대의 경우 입학은 수월할지 몰라도 교육 과정이 빠듯해 졸업이 쉽지 않고, 의사 면허를 따는 과정도 한국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순위가 전부일 수는 없지만, 헝가리 의대의 대학 평가 순위도 꽤 높습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공개한 2023년 의학분야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헝가리 제멜바이스 의대의 경우 201~250위 권으로 상위권이었습니다. 서울의대(37위), 연세의대(56위), 성균관의대(94위), 고려의대(130위)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웬만한 의대보다 높았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교육입니다. 초등학생까지 '초등 의대반'에서 의대를 준비하는 시대, 헝가리 의대는 그 우회 통로로 인식되고 사교육 시장이 이런 기대를 증폭하고 있는 겁니다. 학원 입장에서 '합격률 85%'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되겠지만, 여기에는 헝가리 의대에 입학해 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예비시험을 치른 뒤 국시까지 도달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누락돼 있습니다. 정확한 실태가 어떤지 냉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사실은팀이 이번 팩트체크를 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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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헝가리 의대 출신의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85%다"는 내용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최근 5년 기준, 헝가리 의대 출신 가운데 국내 의사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86명 가운데 합격자 73명, 합격률 84.9%로 위 수치는 사실입니다. 다만, 외국 의대 출신자의 경우 국가가 별도로 마련한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국시를 치를 자격이 주어집니다. 예비시험 응시자 대비 최종 합격자로 보고 계산하면 최종 합격률은 42.7%입니다. 응시자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합격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헝가리 의대 출신의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이 85%다"라는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 여근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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