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진짜 한판 붙는거 아냐?”...부러울 것 없는 재벌들, 왜 그러니?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3. 7. 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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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격투기 대결의 성사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어요. 격투기엔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대결이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메타(구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그 주인공이에요. 처음엔 다들 농담처럼 생각했지만,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의 회장까지 나서서 두 사람의 대결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이에요.

일단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자선 성격의 이벤트가 돼야 한다는 데에는 합의했대요. 대결 장소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선호한다고 한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왔고요. 이쯤 되니 ‘이러다 진짜 둘이 싸우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옥타곤 매치 상상도 (Created with Midjourney)
이 대결의 성사 여부, 그리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저커버그는 요즘 기분이 좋을 듯 해요. 지난해 말에 8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메타 주가가 최근엔 300달러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메타의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던 회사가 지난해엔 경영 실적이 악화했거든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하락했대요.

메타 분위기가 안 좋았던 이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매출의 약 98%를 광고 판매로 벌어들여요. 우리가 앱을 이용할 때 보게 되는 광고들이 주요 수입원이죠. 메타의 실적이 감소했다는 건 결국 광고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고요.

애플이 2021년에 개인 정보 보호정책을 강화하면서 메타의 광고 수입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지는 앱 개발사들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스마트폰 이용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는데요. 자주 이용하는 앱은 뭔지, 또 최근에 검색해 본 것은 무엇인지 등의 민감한 정보까지 알 수 있었죠.

메타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은 이런 정보를 조합해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를 해왔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글에 선글라스를 검색했다면, 인스타그램에 선글라스 광고를 노출하는 식으로요.

재작년에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스마트폰 이용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메타의 광고 사업은 타격을 받았어요. 광고 적중률이 떨어지니 광고 단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제 굳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를 내보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한 광고주들도 있었을 테고요.

강력한 경쟁업체의 등장도 메타를 힘들게 했어요. 대표적인 게 중국 회사가 만든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이에요. 틱톡 이용자 수는 미국에서만 1억 5000만명을 돌파했어요. 미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죠. 틱톡은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미국 10대 3분의 2 이상이 틱톡을 사용한다는 분석까지 나왔어요. 동시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나이 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앱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요.

살아날 길 찾은 메타
그런데 올해 들어선 메타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양새예요. 먼저 맞춤형 광고를 하기 어려워진 메타는 직접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어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회원들에게 대대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기 시작했죠.
지난해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요구한 새로운 개인정보 수집 방침. 인터넷 사이트 방문 기록과 위치 정보, 다른 앱 사용 기록 등을 수집할 것이란 내용. 메타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겠다는 뜻까지 밝혔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이를 철회했음. [사진=페이스북 앱 화면 갈무리]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데도 공을 들였어요. 이를 위해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해요. 이 AI의 성능이 쓸만했는지 광고 적중률이 다시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대요. 메타의 지난 1분기(1~3월)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하며 상승세로 돌아섰어요.

메타가 틱톡을 모방해 만든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기능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메타의 발표에 따르면 릴스에 AI 기반 추천 기능을 도입한 후로 사용자들의 접속 시간이 24% 늘어났다고 해요. 또 지난 1분기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앱을 사용하는 회원 수도 1년 전보다 5% 늘어난 30억 2000만명을 기록했대요.

메타가 준비한 또 다른 무기
최근 메타는 비장의 무기도 하나 선보였어요. 지난 5일에 공식 출시한 스레드(Threads)라는 앱이죠. 스레드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트위터를 겨냥한 앱’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어요. 스레드는 5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소통하는 SNS 앱이에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다른 게시물을 인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트위터와 아주 흡사해요.
자료=마크 저커버그 스레드
스레드는 출시 후 103시간 만에 1억명의 회원을 모집했어요. 빌 게이츠와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도 잇따라 스레드에 가입하면서 화제를 모았죠. 챗GPT가 보유했던 ‘최단기 사용자 1억명’ 확보 기록(2개월)도 경신했고요.

스레드는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하고, 인스타그램과 연동해 동일한 계정을 팔로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그간 ‘타도 트위터’를 외치는 앱들이 등장했지만, 새롭게 계정을 생성하고 팔로워 등을 모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스레드 회원 수가 조만간 트위터(약 3억명)를 따라잡을 거라는 전망도 나와요. 트위터는 최근 유료 서비스 확대, 열람 가능한 트윗 개수 제한, 먹통 현상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상태죠.

머스크와 저커버그 사이의 격투기 대결 논란도 스레드를 두고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면서 시작됐어요. 트위터의 최대 주주인 머스크가 지난달에 스레드를 조롱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는데요. 다른 이용자가 “저커버그는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하자, 머스크가“나는 대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거죠. 이를 본 저커버그가 “당신 위치를 보내라”고 응수한 게 이번 사건의 발단이에요.

스레드, 회원은 빠르게 모으고 있지만...
스레드 출시 후 메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에요. 그동안 메타는 경쟁사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뭐든지 닥치는 대로 따라 한다는 지적을 받았거든요. 24시간 뒤 사라지는 게시물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는 스냅챗(Snapchat)이란 앱의 스토리 기능을 모방한 거예요.

또 앞서 설명했듯 메타는 틱톡을 중심으로 짧은 동영상이 열풍을 일으키자 비슷한 기능인 ‘릴스’를 인스타그램에 추가했어요. 오디오 SNS 플랫폼인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페이스북은 ‘라이브 오디오룸’을 출시했고요. 이번에 트위터를 겨냥한 스레드까지 등장하면서 메타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죠.

스레드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비판도 제기돼요. 이미 인스타그램은 연락처와 인터넷 검색 기록, 위치 정보, 금융, 건강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중인데요.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간편하게’ 스레드에 로그인할 때도 이런 정보 수집에 동의해야 하죠.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사용 데이터를 조합할 수 있게 된 메타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분석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와요. 이런 우려 때문에 유럽연합(EU)에선 스레드의 출시가 보류된 상태예요.

인스타그램 회원은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 있는 스레드 [사진=스레드 앱 화면 갈무리]
출시 후 초반 기세를 보면 스레드가 트위터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모양새예요. 격투기 대결의 성사 여부와는 별개로 ‘저커버그가 머스크에게 한 방 먹였다’는 평가도 나오고요. 머스크의 도발이 결과적으론 스레드 홍보를 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두 사람의 격투기 대결과 두 거대 SNS 업체의 정면승부는 각각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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