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반복되는 지하차도 비극…말만 있고 행동은 없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13일부터 퍼붓기 시작한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가 15일 아침에 침수돼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9시 현재 사망 7명, 경상 9명으로 알려졌다. 아직 실종자가 많아 수색 작업이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7월 23일 부산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관련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2020년 당시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사망하고 경상 2명, 차량침수 6대가 발생한 바 있다.
행안부는 2020년 지하차도 차단시설을 자동화해 통제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집중호우로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자동차단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차량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을 공유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지하차도 통제 상황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실시간으로 강우정보와 통제기준 등을 연계해 시설관리자에게 전파하는 상황전파시스템 구축을 통해 일선 현장에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사고에서 행안부가 2020년 내놓았던 ▲자동차단시설 ▲원격 차단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 실시간 공유 ▲상황전파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는 앞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이 같은 대책이 현재 구축되지 않았거나 구축돼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는 근처에 미호천이 있다. 미호천이 범람하면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최근의 극한 기후에 대비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서둘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하차도 배수계획을 만들 때 이 같은 특수 상황을 고려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지하차도를 구축할 때는 인접 지역 배수 계통을 고려한 배수시설 규격을 배치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청주시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 구조작업에, 군과 경찰, 소방, 지자체의 모든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구조작업이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극한 기후가 펼쳐지면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은 그 무엇보다 우선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09년 ‘미국에서 지상교통에 대한 날씨와 기후변화 영향(Weather and Climate Change Implications for Surface Transportation in the USA)’이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1996년 7월 미국 시카고에 24시간 집중폭우로 돌발 홍수가 발생했다. 대도시 고속도로와 철도가 끊기고 수송 수단이 차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출근하는 이들은 최대 3일 동안 시카고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300개 이상의 화물 열차가 지연되거나 경로가 변경됐다.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WMO 측은 “집중호우는 교통 관련 기반 시설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홍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빗물 배수 시스템, 강수 강도, 빈도, 지속 시간 값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WMO 측은 이 보고서에서 “도로 관리를 위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안개, 폭우, 눈, 진눈깨비, 산불과 연기, 모래 폭풍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상 현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예측에 크게 의존한다”며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로 예측 불가능한 최근 흐름이 있어 이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날씨가 ‘정상적’ 상태를 벗어난 기후위기 시대에 극단적 날씨가 되면 교통 기반 시설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 홍수가 교량과 지하차도 등 안전과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교통 기반 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현재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WMO 측은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