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떨리고, 몸이 뻣뻣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면… 파킨슨병 때문?
‘손이나 발이 떨린다’ ‘몸이 뻣뻣해진다(경직)’ ‘행동이 느려진다(운동 완만)’.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3대 신경계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중뇌(midbrain)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도파민이 점차 줄어들어 다양한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잘 발병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65세 이상에서 1~2% 정도 발생할 정도로 고령화에 따라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다가 점점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이 생길 수 있다. 파킨슨병이라면 3대 증상 외에도 치매, 자율신경기능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12만7,322명으로 2018년 10만5,882명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새 14%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성이 5만1,345명(43%), 여성이 6만9,202명(57%)으로 여성 환자가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하가 8,836명으로 7%인 데 반해 60대 이상은 전체 환자의 93%(11만8,486명)에 달했다.
김재문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파킨슨병은 신경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인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병이 악화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며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ㆍ7월 22일)’을 맞아 대표적인 뇌 질환인 파킨슨병 인지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초기에는 몸 한쪽 떨림이나 경직 증상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이기에 전조 증상 없이 서서히 나타난다. 중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 세포의 80% 정도가 없어지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 퇴행이 점점 진행돼 병이 악화한다.
초기에는 주로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점 온몸으로 증상이 퍼지고 걷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주로 몸 한쪽에서 증상이 나타나기에 뇌졸중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의 한쪽이 완전히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반면,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고 동반되는 증상에서도 뇌졸중과 차이가 있다.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 증상이 있지만 파킨슨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파킨슨병 전문의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만으로는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어렵고, 뇌파 검사는 뇌전증 같은 발작 질환을 감별하는 검사로 파킨슨병 진단과 거리가 멀다.
최근에는 도파민 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정확한 결과를 얻고 있지만, 파킨슨병의 최종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의 정밀 진찰을 통해 이뤄진다.
파킨슨병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진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손발 떨림, 경직, 운동 완만, 보행 장애 등이 발생하기 전에 전조 증상으로 우울증, 후각 저하, 렘(REM)수면행동장애, 변비 등 비운동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양광익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특히 잠잘 때 몸을 움직이며 잠꼬대 같은 소리를 지르거나 꿈대로 행동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의 가장 유력한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비운동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파킨슨병 초기라면 약물 치료 효과 높아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병 진행을 늦추는 약조차 없는 난치성 신경계 질환이다. 그러나 ‘레보도파(Levodopa)’ ‘도파민 효현제(dopamine agonist)’ 같은 도파민계 약물은 대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기에 초기에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약물 치료와 함께 병 초기부터 꾸준한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면 증상 개선 효과가 커진다. 운동 증상 외에도 기립성 어지럼증, 우울증, 치매, 배뇨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기에 증상에 대한 면담 및 다양한 증상에 따른 약물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증상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하면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이 떨어지거나 약물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도파민성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해 몸이나 얼굴이 흔들리고 꼬이는 ‘이상운동증(운동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약물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많이 처방되고 있다. 약물로 조절하기 힘들다면 ‘뇌심부(深部)자극술’이라는 수술을 시행해 운동합병증과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 건 넘게 시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300건 이상 이뤄졌다. 흑질에서 뇌 기저핵 쪽으로 신경전달물질이 지나가면서 행동을 조절하는 게 정상적인데, 이를 방해받으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이에 뇌심부자극술은 뇌 심부에 전극을 집어넣어 망가진 회로를 전기적 작용으로 되돌려 놓는다. 전기 자극은 가슴의 피부 밑에 자극 생성기를 설치하고 전선과 전극을 뇌심부로 연결해 발생시킨다.
5~6㎜ 정도의 아주 작은 신경핵에 전극을 집어넣기에 매우 정교한 수술이 매우 정교해야 한다. 완치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다.
박진세 교수는 “파킨슨병과 관련한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언급된 치료법 외에는 효과에 대한 임상적인 근거가 미약하고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또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치료와 진단 검사 도구로 인한 부작용과 질병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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