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에서 스타로… 美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 별세

김태훈 2023. 7. 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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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6세 나이로 클래식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반세기 이상 음악 애호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미국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가 77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와츠의 매니저를 인용해 그가 지난 12일 인디애나주(州) 블루밍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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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굴드 대신 무대에 올라 '신들린 연주'
16세 나이에 스타 돼 반세기 넘게 인기 누려

1963년 16세 나이로 클래식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반세기 이상 음악 애호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미국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가 77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와츠의 매니저를 인용해 그가 지난 12일 인디애나주(州) 블루밍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2016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오랫동안 투병해왔다.
미국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가 16세이던 1963년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와츠가 살아온 삶의 이력은 여러 모로 독특하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났다. 패전국이자 전범국인 독일은 당시 미국·영국·프랑스·소련(현 러시아) 4대 연합국 군대에 의해 분할 점령돼 있었다. 아버지는 미국 군인, 어머니는 헝가리인이다.

아버지가 흑인이라서 와츠도 검정색 피부였고 이 점은 흑인 피아니스트가 극히 드물던 시절에 그가 더욱 주목을 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와츠는 30대 중반이던 198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 난 흑인도 백인도 아닌 특이한 위치에 있었다”며 “그런 내게 어머니는 ‘살면서 피부 색깔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줬다”고 회상했다.

독일 근무를 마친 아버지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와츠도 가족과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필라델피아에 정착한 그는 일찌감치 피아노 연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필라델피아 음악원과 피바디 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16세이던 1963년 2월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청소년 콘서트에 피아노 독주자로 등장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와츠가 일약 스타가 된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역시 1963년 당대 최고의 인기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굴드가 갑자기 병이 나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다. 번스타인은 ‘대타’로 여러 후보자를 물색하다가 와츠를 지목했다. 굴드 대신 피아노 앞에 앉은 와츠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이 공연 실황이 CBS TV를 통해 미 전역에 중계되며 와츠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미국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1946∼2023). 미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제공
이듬해인 1964년 유럽으로 무대를 넓힌 와츠는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으로 세계적 피아니스트 지위를 굳혔다. 음악에 기여한 공로로 1973년 명문 예일대가 주는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린 와츠는 2000년대 들어 건강상 문제로 연주에 차질을 빚게 된다. 2002년에는 경막하혈종으로 공연 직전 입원했고, 2004년에는 왼손의 신경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 이후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가끔 무대에 올라 한층 중후하고 섬세해진 연주력을 선보였다. 오는 11월 모처럼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타계하고 말았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은 임기 도중인 2011년 와츠에게 국가예술훈장 및 국가인문훈장을 수여했다. 유족으로 부인과 두 자녀, 그리고 7명의 손주가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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