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중국서 떼돈 버는 회장님…성공 비결 물었더니

황정수 2023. 7. 1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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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F&F 회장
MLB, 디스커버리 성공 신화
패션기업 영업이익률 세계 1위
동서양의 결합이 한류의 핵심
디지털 경영 접목시켜 승승장구
김창수 F&F 회장이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경영 스토리'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동서양의 결합, 그리고 디지털."

김창수 에프앤에프(F&F) 회장이 꼽은 성공 비결이다. 김 회장은 MLB, 디스커버리 등의 의류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패션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15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F&F의 성장 비결, 중국 시장 공략, 디지털 경영 등에 대해 한 시간 정도 강연했다.

 BTS, 블랙핑크의 성공 비결은 '동서양의 결합' 

현재 F&F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MLB다. 모자, 의류, 신발 등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기반 스포츠용품을 판매한다. 현재 중국 모자 시장 1위, 액세서리 2위, 의류 8위에 올라가 있다. 2018년 중국 진출 이후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지난해 MLB는 중국 매출 1조원, 글로벌 매출 1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글로벌 매출 목표는 2조5000억원, 중국 매출은 1조7000억원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F&F는 중국에 진출한 가장 성공적인 의류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MLB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에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결론은 '동서양의 결합'이다. 그는 BTS, 블랙핑크 등의 성공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김 회장은 "BTS는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는 것에 더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려는 의지까지 갖추고 있다"며 "아시아에 뿌리를 갖고 서양화가 돼 있는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1992년부터 30년간 패션 사업을 하며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도 '동서양의 결합'에 있었다. 그는 베네통 등 해외 브랜드를 한국화해서 국내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그는 "30년 패션기업을 경영하며 한 일이 서양의 브랜드를 들여와 한국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라며 "'동서양의 결합'을 해왔다는 생각이 드니 세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 전유물 아니다"...롱패딩 열풍 이끌어

김 회장이 공개한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남과 다른 생각'이다. 후발주자 입장에선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시장의 강자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0년대 들어 아웃도어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 F&F도 시장 진출을 고심했다. 김 회장은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선 정체성을 '자연 친화적 아웃도어'로 잡았다. '고기능성'을 강조한 기존 브랜드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은 "한국 등 동양에선 서양과 달리 자연에 대해 정복이 아닌 공존을 모색한다"며 "자연 정복에 필요한 서양의 아웃도어가 아닌 자연과 같이 즐기는 아웃도어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 첫 론칭 때 김 회장은 '5년 안에 5등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년 만에 매장당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중심엔 '롱패딩'이 있었다.

2016년 김 회장은 '롱패딩' 출시를 결심한다. 원래 운동선수를 위한 '경기장용 의류'였는데 라이프스타일 캐주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해 여름 테스트 차원에서 5~6만벌을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8월에만 2만벌을 팔았다. 김 회장은 "당시까지는 많이 팔아봐야 한 달에 1만장이었다"며 "그해 단일 모델로는 20만벌, 롱패딩 통틀어선 40만벌을 팔았다"고 했다.

김창수 F&F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포럼에서 의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이때부터 김 회장은 '디지털'을 고민했다. 롱패딩의 인기 비결엔 10~20대의 SNS를 통한 입소문도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해서다. 2018년 유발 하라리의 미래 관련 서적 '호모데우스'를 우연히 손에 쥐게 된 것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책에서 '미래는 디지털미디어의 역사'라고 말했다"며 "글의 시대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 것처럼 앞으로 디지털을 잘 쓰는 사람이 리드할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시대엔 '디지털을 잘 해야 성공'

이후 김 회장인 디지털 전환(DX)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에 디지털을 도입했다. 소비자와의 소통(마케팅)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 프로세스, 협력사와의 업무 등에 디지털을 적용했다.

현재 F&F는 제품 디자인, 생산, 물류, 마케팅, 판매 전 영역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예컨대 디자인의 경우 과거엔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공장에 보냈다면 지금은 작업지시서를 시스템에 올려서 공장에 전한다. 매장에 제품을 보내고 재고관리를 하는 전 과정도 '빅데이터'에 기반해 컨트롤하고 있다. 1000명 정도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온라인 마케팅 영역에서도 실시간으로 각 인플루언서의 성과를 분석,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은 "데이터를 찾아보면 유행, 사람들의 관심 등을 다 알 수 있다"며 "디지털마케팅은 과거 전통 매체와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디지털 담당 직원만 30명이 있다. 솔루션 비용으로만 매년 100억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 또 한 번 크게 판이 바뀔 것"이라며 "내년에는 직원들이 일하는 데 방식에서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화는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전 세계 103개 패션기업(중국기업 제외) 중 영업이익으로는 F&F가 23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관련해선 세계 1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몽클레어, LVMH(루이비통) 등 최고의 명품기업들도 F&F보다 아래"라며 "비용과 결과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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