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 마지막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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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을 시작한지도 50년, 나의 사생은 여기서 멈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본 설악산. 그 웅장함과 섬세함에 매료된 나는 해마다 설악을 그려왔다. ..... 동으로는 울릉, 서로는 백령, 남으로는 제주, 북으론 고성까지 사시사철 전국 각지를 다녔다. 기상악화로 배편이 취소되어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또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려 했던 아날로그 시절..... 아직도 그때의 추억은 다행히 내 그림 속에 녹아있다.'
80여 점의 작품이 내걸린 이번 전시는 그가 이제껏 그렸던 모든 화풍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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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갤러리H에서 18일까지
장례식 보다는 전시회 통해 고마움 전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장례라는 이질적이고 형식적인 추도보다는, 전시를 통해 그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해준 인연들과 자유롭게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자리이다.
그가 4기 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3월. 암세포가 이미 췌장, 간, 담도, 복막까지 여러 곳으로 퍼져나간 상태였다. 그는 예술가답게 마지막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가족들에게 “병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며 “조직검사나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가족들은 그의 뜻을 존중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켜주기로 했다.
김철우는 자신의 시(詩)가 되어줄 곳들을 직접 물색하고 다니며 눈으로 보고, 몸소 느낀 것들을 화폭에 담아왔다. 푸른 하늘과 함께 어우러진 제주도 성산일출봉,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동해 앞에 우뚝 서있는 울산바위, 한여름의 파리 세느 강과 노트르담 성당. 우중충했던 구름들 사이로 비가 개이며 런던 건물 벽면에 드리워지는 따뜻한 햇볕….
80여 점의 작품이 내걸린 이번 전시는 그가 이제껏 그렸던 모든 화풍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매번 같아보였던 자연도 세월에 따라 모습이 바뀌듯, 그의 그림과 테크닉도 변모해왔다. 아크릴과 유화처럼 강렬한 색채를 지니면서도 수채화의 은은함을 제대로 살려내는 그만의 유니크한 테크닉이 돋보인다.
그는 그림을 통해 자연의 따스함을 나누고자 했다. 직접 자연을 맞닥뜨리기에는 너무나 바쁜 도시생활자들이 그림으로 힐링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온기와 여유가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지길 꿈꿨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철우는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제3갤러리, 현대아트갤러리, 갤러리예나르, 덕원갤러리, 인사아트센터, 갤러리메이준, 경인미술관, 평화랑, 예술의전당, 갤러리 330, 돈화문 갤러리 등에서 열 두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1983년부터 15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단체전으로는 제작그룹전, 현대수채회전, 서울현대미술제, 아시아수채화연맹전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학교, 수원과학대학교, 대진대학교, 배재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압구정동과 성북동에 미술학원을 개원했다. 한국미술협회, 아시아수채화연맹전 회원이기도 하다.
그의 마지막 전시회 ‘길 위에서 그리다! 그리고 멈추다’는 서울 인사동 홍익대학교총동문회 갤러리H에서 18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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