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함께하면 즐거운 세상'…'봉사왕' 경찰 행정관의 16년 나눔인생
2년 연속 경찰청 전국 봉사왕 선정…"나누며 보탬이 되는 삶 희망"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보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데 쓰면 좋잖아요. '함께하면 즐거운 세상'이 제 신조입니다."
4천305시간 17분. 16년 동안 이용재(55)씨가 꾸준히 기록한 '나눔의 시간'이다.
봉사의 가치와 의미를 단지 시간으로 환산해 따질 수는 없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는 이씨의 따뜻한 발자취가 함께 새겨져 있다.
2007년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봉사였지만, 어느새 봉사는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상 그 자체가 됐다.
강원 춘천시 가족봉사단, 나눔 활동 기관인 아름다운 가게, 강원도 지적장애인 보호소 '애호', 국제 구호 개발기구 춘천 월드비전 등에서 해온 활동들로 이씨는 지역사회에서 '봉사왕'으로 불린 지 오래다.
"어르신 말벗 봉사가 제 첫 봉사 인생의 시작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쭈뼛대던 그때 한 어르신이 제게 다가와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웃으시더라고요. 봉사를 거창하게만 생각했는데 아주 작은 것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이씨는 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대상으로 방문 목욕, 연탄 배달, 급·배식 봉사 등을 해왔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먼저 옷을 벗고 몸에 물을 뿌리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이씨를 때로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던 장애 아동 등이 먹을 1년 치 김치를 직접 담가주기도 했다.
이씨는 자녀들과 직접 심은 무, 배추를 수확해 하나하나 정성껏 절이고, 양념해 장애인 복지시설에 전달한 김장 봉사를 16년 봉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는다.
그 활동을 토대로 최근에는 춘천시 가족봉사단 구성원들과 유포2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4년째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전문 농사꾼이 아닌 탓에 큰 수확을 내긴 어렵지만, 생산한 고구마를 남부노인복지관, 춘천종합사회복지관 등에 꾸준히 보내고 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쏟아야 하는 노력과 수고로움은 상당하지만, 고구마를 받는 이들의 "감사하다"는 인사 한마디에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곤 한다.
매주 빠지지 않고 봉사하던 그였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춘천 월드비전에서 2008년부터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국수를 삶아 대접하고 이런저런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스크 제작 봉사에 참여하거나 아름다운 가게에서 물품 기부·접수·판매 업무를 도와 활로를 찾았을 만큼 그의 봉사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최근 이씨는 환경 정화 활동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매주 토요일 가족봉사단 단원들과 풍물시장, 남춘천역사 주변, 공지천 수변공원 일대에서 담배꽁초, 일회용 컵 등을 수거하고 있다.
생활 쓰레기 중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을 모아 자원화하는 춘천자원봉사센터 사업에도 참여해 환경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이씨는 오디오 등 가전제품 판매 사업을 하던 중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2005년 37살의 나이로 뒤늦게 경찰 행정관 시험을 치러 입직한 춘천경찰서 민원실의 든든한 막내 직원이기도 하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이씨는 전국구 봉사왕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2021년부터 2년 연속 경찰청주관 사랑나눔 전국 봉사왕에 이름을 올렸고, 행정관으로는 처음으로 2021년 강원목민 봉사 대상 경찰행정 부분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9년, 2020년에도 봉사활동 유공 표창장 등 강원경찰청에서 수여하는 상은 물론 도에서 2천시간 이상 봉사한 도민에게 주는 '자원봉사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각종 봉사상을 휩쓸었음에도 "봉사왕 타이틀은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붙여준 것 같다"며 수줍게 웃는 그였다.
"봉사를 통해 되레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나눈다고 해서 무언가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함께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지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며 계속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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