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미군 장갑차 추돌' 손해배상…대법 "미군 과실도 인정"

삼성화재, 대한민국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
1심 "사고 발생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청구 기각
2심 "미군 과실 없다고 단정 못해"…9대1 책임비율

[서울=뉴시스]경기 포천에서 미군 장갑차와 민간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추돌하면서 4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대법원이 미군 장갑차에도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 2020년 8월30일 밤 9시 27분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미군 장갑차와 SUV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천소방서 제공) 2020.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기 포천에서 미군 장갑차와 민간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추돌하면서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미군 장갑차에도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고는 지난 2020년 8월30일 오후 9시27분께 경기 포천시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4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미군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1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UV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93％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비 오는 늦은 밤 앞서가던 장갑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보험사는 자동차종합보험에 따라 동승자들에게 2억48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의 30％를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주한미군 차량에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1심은 주한미군 차량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만취 상태의 운전자를 고려하면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당시 원고 차량 운전자는 만취 상태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하는 등 정상 운전이 곤란했던 상태"라며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조작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비춰보면 미군 장갑차가 미등 점등, 호송차량을 동반했더라도 사고 발생을 회피할 수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차량 운전자와 주한미군 사이의 책임비율을 9대1로 나눴다.

2심은 "주한미군이 보유한 장갑차는 군수품관리법이 정하는 군수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손배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사고 장소를 지나는 후행 차량이 이 사건 도로 위에 피고 차량이 있음을 인식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주한미군 장갑차의 과실을 인정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미합중국 군대의 공용 차량에 대해서는 자동차손해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규정만 적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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