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 중산간 도로에서 본 마방목지.. 말 선별·배치에도 비밀이?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데.. 제주에 말이 그렇게 많나요?"
제주는 '말의 고장' 답게 말은 당연히 많습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는 1만 4,928마리의 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전국에는 2만 7,631마리의 말이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말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제주에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제주에 있는 말 가운데 '제주마'와 경주용 말로 쓰이는 '더러브렛'이 각각 5,100·5,0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한라마 등 교배종이라고 합니다.
어떤 통계를 보다보면 제주에 5,500~6,000마리의 말이 있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혈통 등록'이 이뤄진 '제주마'입니다.
좀 더 범위를 좁힌 것으로, 실제 제주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이 있습니다.
■ "제주는 섬인데 왜 말이 이렇게 많은 건가요?"
옛날부터 사람 사는 곳이 말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다만 제주는 그 말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제주에서도 말은 아주 오래 전인 선사시대부터 있었습니다.
서귀포에서는 약 1만 5,000년~2,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말의 발자국 회석이 발견되기도 했고, 백제무왕이 탐라국에서 조공 받은 말을 중국에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어 고려 현종 16년(1025년) 목감양마법 제정으로 제주국영목장이 제도화 되는 등 목장 관리가 체계화됐는데, 본격적인 사육은 13세기경 원나라가 몽고 말을 들여오면서부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 충렬왕 2년인 1276년 지금의 성산읍 수산리인 성산읍 수산평에 160여 마리의 말이 들어왔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말이 증식됐으며 군마 등으로 활용됐다고 합니다.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가 고려말 무장이었던 시절 팔준마라 불리는 여덞 마리의 명마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위화도 회군 당시 타고 있었던 응상백(凝霜白)이 제주마였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북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는 말도 응상백과 비슷한 모색의 백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마는 가슴이 넓어 수레를 끌기 좋은 체형인데다 발굽도 견고해 돌이 많은 제주에 잘 적응했습니다.
농경문화에도 큰 기여를 했고, 감귤·전복과 함께 제주의 3대 진상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제주는 '말의 고장'이 됐습니다.
참고로 이 '말의 고장'을 상징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헌마공신' 김만일(1550~1632)입니다.
말을 키워 팔며 부를 쌓은 당대 전국 최대 목장주였는데 키우던 말은 수천 마리에 달했고 한라산 중턱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선조 27년인 1594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말 1,000마리를 군마로 보냈고, 이밖에도 선조 33년과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을 포함해 모두 1,300마리의 말을 나라에 바쳤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김만일은 헌마공신(獻馬功臣) 칭호를 받았고, 지금의 부총리 급에 달하는 벼슬에까지 올랐습니다.
헌마공신 김만일의 고향인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는 '의귀 말축제'가 열리는데, 김만일에서 모티브를 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제주에 말은 한 때 그 수가 2만여 마리에 달했던 시대도 있었지만 운송수단이 발달하고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그 수가 빠르게 줄었습니다.
이후 정부에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1986년 2월 제주마를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했습니다.
■ "제주에 말이 그렇게 많다면서 무슨 또 천연기념물 인가요?"
제주에 있는 여러 말 중에도 천연기념물은 '제주마' 한 가지입니다.
그 제주마 중에서도 제주자치도 축산진흥원에 있는 제주마로 한정을 지었습니다.
1986년 당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는 혈통이 확인된 순종 제주마 64마리였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직전 제주마 사육두수는 1,347마리였다고 하는데, 과거와 비교해 그 수는 크게 줄었고, 이 중에서도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것은 5%가 채 안됩니다.
천연기념물로서 지위를 유지하려면 관리돼야 할 적정 마릿수는 150~160마리 입니다.
숫자를 이정도로 정한 이유는 축산진흥원의 면적과 현실적인 관리 시설의 한계 때문입니다.
현재 관리되는 천연기념물 제주마는 새끼 등이 태어나면서 162마리가 됐다고 합니다.
같은 제주마라도 천연기념물이 되면 '대우'가 달라집니다.
종 보존이 목적인만큼 일반 농가보다 먹는 것도 풍족하고 건강 확인도 더욱 각별하게 이뤄집니다.
가끔 영양제도 맞고 컨디션 관리도 신경써 이뤄진다 합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천연기념물로서 관리되는 말은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집단이 유지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하고, 너무 적으면 근친 번식이 이뤄져 후손들의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정 수준에서 관리가 되는데 새끼가 태어나고 수가 늘어나면 일부는 천연기념물로서의 지위가 박탈되고 경매를 통해 팔려 나갑니다.
팔려간 이후에는 대부분 경주마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에는 농가에 넘기곤 했었는데, 분양 기준 등 과정상에 오히려 말썽이 많이 생기면서 지금은 경매로 바꿨습니다.
올해 경매는 11월 쯤으로 예정돼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매가는 어린말은 100만 원 미만, 큰 말은 높게는 3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생산자협회에서 경매를 하면 1억 원 가까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축산진흥원 경매는 매우 싼 편이죠.
동물단체 등에서는 이러한 관리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각별하게' 관리 된다는 천연기념물 제주마는 볼 수 없나요?"
겨울철만 아니라면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라산 해발 700미터에 있는 중산간 초원에 방목됩니다.
516도로를 타고 가면 볼 수 있는 '마방목지'입니다.
여기는 축산진흥원이 관리하는데 4월부터 10월까지는 천연기념물 제주마 일부를 여기에 방목합니다.
전부가 방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는 73마리가 방목돼 있는데, 이 가운데 암말이 71마리고 수말은 2마리 뿐입니다.
이 73마리는 도로를 두고 북쪽과 남쪽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수말은 씨수말로 각각 1마리씩 배치되고 나머지 71마리의 암말은 반반씩 배치됩니다.
그래서 여기서 뛰노는 말은 거의 대부분 암말이죠.
엄격하게 계산된 관리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새끼 말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방목되지 않는 말은 어린 말이나 씨수마 2마리에 선발되지 못한 수말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제주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문화관광해설사도 배치되고, 관람객들에게는 제주의 영주십경 중 하나인 '고수목마'가 재현돼 많은 볼거리를 남기기도 합니다.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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