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자유와 용기 있다면 인생은 정말 즐거운 것”

채민기 기자 2023. 7. 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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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용기가 있다면 인생은 정말 즐거운 것입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82)는 청년 시절 경험했던 세계 여행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인도로 가던 배에서 찍은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갑판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앉은 장면이었다.

“같은 선실을 썼던 사람들 중에 스님이 한 분 계셨는데 어느 날은 좌선(坐禪)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저렇게 몇 시간을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물을 끼얹으면 다시 일어나 앉고요.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렇다면 정말 재미있게, 자유롭게 인생을 한 번 살아보자고 다짐했지요.”

1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강연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

15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안도는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큰 꿈을 품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지난 3월) 뮤지엄 산에서 강연했을 때 김은미 총장님에게서 이화여대에서도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안도가 설계한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는 3월부터 그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달 말 폐막 예정이었으나 10월29일까지 전시 기간을 연장했다.

청년 안도가 세계 일주를 떠났던 것은 1965년 스물네 살 때였다. 러시아를 거쳐 유럽을 돌고 아프리카와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지구는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건축을 독학했던 안도에게 이 여행은 건축가로서도 중요한 계기였다. 그는 “로마의 판테온에서 천장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걸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자연의 빛’은 이후 지금까지 안도 건축의 키워드다. 최근 뮤지엄 산에 새로 개장한 명상관 역시 반듯한 콘크리트 건물의 천장에 십자가 모양으로 틈을 내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했다.

이런 디자인은 건물 전면(前面)에 비슷한 십자모양 틈을 만든 오사카의 대표작 ‘빛의 교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안도는 “빛의 교회는 십자가에 유리를 쳤으니 이 명상관이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늘 바로 아래에서 자연을 직접 대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유리를 거치지 않은 빛이 훨씬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런 빛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거기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안도 다다오가 최근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에 설계한 '빛의 공간'. 천장의 십자형 틈을 통해 자연의 빛이 유입되는 명상 공간이다. /뮤지엄 산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서는 ‘기둥밖에 안 남아 있는데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일본에 돌아와 맹렬하게 공부했다. 그러나 고졸 학력에 정규 건축 교육을 받지 못한 안도에게 건축가로 자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저 녀석은 대학도 못 나와서 틀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수준이 너무 낮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안도는 목표를 높이 잡고 한걸음씩 다가가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자신의 그런 태도를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설명했다. “사무실에 개가 한 마리 오게 됐는데, 이름을 단게 겐조(1913~2005·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지으려고 하니까 다들 말리더군요. 그렇다면 세계 최고 건축가로 하자는 생각에 르 코르뷔지에(1887~1965·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거장)를 떠올렸지요.” 안도는 반려견의 이름을 ‘코르뷔’로 지었다고 한다.

뮤지엄 산의 명상관 '빛의 공간'을 내려다 본 모습. /뮤지엄 산

강연에서 소개한 작품들도 대부분 주변의 반대와 만류에 굴하지 않고 목표했던 바를 관철한 사례들이었다. 최근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는 곡물 저장소와 상품 거래소로 쓰였던 건물 안에 현대식 구조물을 더해 조성한 미술관. 역사적 건물의 원형을 변경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거듭 설득해 완성시켰다.

일본 오사카의 코도모혼노모리(こども本の森)는 어린이 도서관이다. 건립 허가를 받는 일부터 도서관 주변의 차도를 없애고 보행로로 만드는 일까지, 오사카시에서 난색을 표할 때마다 직접 나서서 설득했다고 한다. 안도는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면 뚜렷한 목표와 인내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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