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집 비번 알아내 침입한 30대… 재판부는 무죄 판결

사진=뉴시스

혼자 사는 여성의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들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단독(재판장 설승원)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38·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3월31일 오전 1시35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빌라에서 이웃 B씨(25·여)가 사는 집 도어락을 비밀번호를 누르고 베란다까지 들어갔다가 B씨가 잠에서 깨어나 "엄마야?"라고 묻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1년 4월부터 B씨 집 출입문에 "관심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을 적은 명함을 수차례 꽂는 등 B씨에게 관심을 가져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B씨의 집에서 채취한 족적과 A씨가 평소에 착용하는 슬리퍼가 동일한 점 등을 증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B씨 집에서 채취한 족적과 A씨가 실제로 평소에 착용하는 슬리퍼의 길이가 다르고 걸음걸이가 A씨보다 작게 측정되는 점, A씨가 B씨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 판사는 "족적이 다소 작게 측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A씨의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범행 당일 도어락 누르는 소리와 세탁기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음에도 현장에서 지문 채취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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