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 난 아내의 이혼 청구, 어떻게 할까요[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결혼 10년 차입니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건 6개월 전이고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땐 저에게 다른 여자가 있어 아내를 피하기도 했고요. 아내는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맞바람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죠.

저는 일찌감치 상대를 정리했고, 아내 역시 잠깐 만났을 뿐 별 사이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직 어린 딸아이를 봐서라도 잘 살아보자며 서로 노력하기로 했죠.

하지만 제게 쌓여 있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남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다시 만나지 않겠단 약속만 받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다짐까지 하게 됐고, 모든 상황을 아내가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상간 소송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내는 ‘모두 묻고 잘 살자고 하더니 왜 이런 행동을 하냐’며 몹시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후에 제 연락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문자로 이혼하자고 합니다. 저는 아이도 아내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하니 소송을 한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마지막 이혼 원인은 아내의 외도 때문인데, 이혼이 되는 건가요.

-남편이 먼저 부정행위를 하고 이어 아내까지 외도가 있었는데요.

△아내 입장에서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아야 할 시기에 남편의 부정행위로 인해 지우기 어려운 큰 고통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남편이 먼저 부정행위를 했다고 해서 아내의 부정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닙니다. 남편의 잘못은 과거이고 아내의 잘못은 현재라서, 아내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오히려 아내가 유책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봐야 할까요.

△다른 전제 없이 단지 남편의 과거 부정행위, 아내의 현재 부정행위 두 사건만 단편적으로 놓고 누구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가 따르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임신과 출산 시기에 맞물린 남편의 부정행위로 인한 충격과 배신감은 더더욱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결혼 초기 남편의 부정행위가 있고 난 후 표면적으로는 덮고 살자고 했지만 ‘사실은 극복하기 어려웠던 부부 사이의 갈등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었는지’ 등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은 상간자 소송을 하겠다고 하는데요.

△남편이 아내와 이혼을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혼과 별개로 상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은 가정법원에서 가사소송으로, 그렇지 않은 소송은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는 차이가 있는데요. 둘 다 상간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본질은 같습니다. 다만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이혼에 이르렀다면 아무래도 위자료가 좀 더 많이 인정되는 면이 있습니다.

-아내가 이혼 청구를 한다면 법원은 받아들여 줄까요.

△우리 민법에 배우자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청구는 용서한 날 또는 안 날로부터 6개월, 있을 날로부터 2년 지나면 제기할 수 없습니다. 즉 남편의 과거 부정행위는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나서 새삼 남편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남편이 부정행위를 한 이후 화해하고 다른 갈등 없이 원만히 잘 지내오다가 아내의 부정행위가 문제 된 경우라면 결국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돼 아내의 이혼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아내의 부정행위가 있기 전에 남편 잘못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됐다면, 아내의 부정행위는 파탄 이후 부정행위입니다. 이 때문에 아내의 이혼 청구도 인용될 가능성이 있어서 남편의 외도 이후 혼인 관계가 어땠는지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결혼 생활이 파탄 난 관계라면 아내의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예전에 서울가정법원에서 남편이 아내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면서 수시로 폭행했습니다. 심지어 아내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켜서 폭행 및 감금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다 간통 현장이 발각돼 아내가 간통죄로 구속,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관련한 사안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이혼 청구를 했고 남편도 반소로 이혼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아내의 간통 등 부정행위에 의해 혼인 관계가 파탄된 것이 아니라 그에 선행한 남편의 폭행 등 가혹행위에 의해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편에게 위자료 책임을 인정한 예가 있었습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사연자 남편은 아내의 이혼소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남편이 자신의 부정행위에 대해 아내로부터 용서받은 이후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는 점, 지금까지 별다른 갈등 없이 혼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도 진심으로 아내와 잘 지내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점,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이혼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