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진국] 터널 갇힌 하정우도 듣던 클래식FM…우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푸른 2023. 7. 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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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94.2 메가헤르츠. 클래식 전문 채널입니다."

영화 '터널'에서 딸의 생일을 앞두고 집으로 향하다 갑작스런 붕괴로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는 부서진 차체 안에서 간신히 라디오 주파수 하나를 잡는다.

영화에서 세현의 목소리를 전하던, 그리고 현실에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FM도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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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2016)의 한 장면. 사진제공 쇼박스.


※일요일 아침,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94.2 메가헤르츠. 클래식 전문 채널입니다."

영화 '터널'에서 딸의 생일을 앞두고 집으로 향하다 갑작스런 붕괴로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는 부서진 차체 안에서 간신히 라디오 주파수 하나를 잡는다. 배터리 78%가 남은 휴대전화 하나와 클래식 전문 방송이 그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끈의 전부다. 하고 많은 채널 중에 딱 하나 허락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필이면 익숙지 않은 클래식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감독이 선택했단다. 94.2는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주파수지만, 모델은 명확하다. 하루 24시간, 뉴스도 광고도 없이 음악만 틀어 주는 93.1(수도권 기준) 메가헤르츠, 한국방송공사 KBS의 클래식FM이다.

짧은 한숨과 함께 "나쁘지 않아. 마음의 안정. 클래식." 하고 중얼거린 정수는 꼭 구하러 가겠다는 구조대의 말을 믿고 암담한 상황을 견딘다. 딸의 생일 케이크는 물론 개 사료까지 한 알 한 알 음미하며 씹어먹고, 구조대의 지시대로 생수 두 병을 살뜰히 아껴가며 생존 시간을 늘린다. '캐스트 어웨이' 속 톰 행크스처럼 차 안에 있는 손톱깎이와 워셔액 등을 활용해 임기응변에 나서고, 잔해 반대편에서 나타난 강아지 '탱이'와 음식을 두고 티격태격 대며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무거운 상황을 내내 암울하지만은 않게 그리는 김성훈 감독의 연출이 하정우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영화 ‘터널’(2016)의 한 장면. 출처 IMDB.


그러나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월호 참사 다음 해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답게, 곳곳에서 참사를 지켜보며 느꼈을 문제의식과 절망감이 묻어난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119 구조대장의 호소가 무색하게 구출 작업은 실패와 반전을 겪으며 더뎌지고, 세상은 점점 정수가 살아 있으리라는 기대를 거둔다. 언론도 여론도 등을 돌린 상황에서 경제적 손익을 따지던 정부는 결국 이제 그만 인정하자는 말로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게 사실상 구조 작업을 중단하는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권한다. 영화의 가장 비극적 순간, 라디오 방송국을 찾아간 세현이 정수에게 전하는 마지막 음성은 구조가 끝났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포기의 메시지다.

'어떻게든 살려주겠다'가 아니라, '아무도 구하러 안 간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생존자의 심정은 어떨까. 다른 이의 손에 명운을 맡겨야 하는 건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영화에서 세현의 목소리를 전하던, 그리고 현실에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FM도 사라질지 모른다. 채널을 운영하는 KBS가 비상경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KBS 재원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2일 시행되면서, 6천2백억 원 정도였던 수신료 순 수입은 1,000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공익을 위해 진행해 온 많은 사업과 방송들은 당장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혹자는 이참에 수신료를 폐지하고 KBS도 방송법이 규정하는 온갖 책무에서 벗어나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상업방송으로 거듭나자 말한다. 반면 돈은 안 돼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방송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 국민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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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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