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진국] 터널 갇힌 하정우도 듣던 클래식FM…우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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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94.2 메가헤르츠. 클래식 전문 채널입니다."
영화 '터널'에서 딸의 생일을 앞두고 집으로 향하다 갑작스런 붕괴로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는 부서진 차체 안에서 간신히 라디오 주파수 하나를 잡는다.
영화에서 세현의 목소리를 전하던, 그리고 현실에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FM도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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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그 주의 시사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94.2 메가헤르츠. 클래식 전문 채널입니다."
영화 '터널'에서 딸의 생일을 앞두고 집으로 향하다 갑작스런 붕괴로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는 부서진 차체 안에서 간신히 라디오 주파수 하나를 잡는다. 배터리 78%가 남은 휴대전화 하나와 클래식 전문 방송이 그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끈의 전부다. 하고 많은 채널 중에 딱 하나 허락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필이면 익숙지 않은 클래식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감독이 선택했단다. 94.2는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주파수지만, 모델은 명확하다. 하루 24시간, 뉴스도 광고도 없이 음악만 틀어 주는 93.1(수도권 기준) 메가헤르츠, 한국방송공사 KBS의 클래식FM이다.
짧은 한숨과 함께 "나쁘지 않아. 마음의 안정. 클래식." 하고 중얼거린 정수는 꼭 구하러 가겠다는 구조대의 말을 믿고 암담한 상황을 견딘다. 딸의 생일 케이크는 물론 개 사료까지 한 알 한 알 음미하며 씹어먹고, 구조대의 지시대로 생수 두 병을 살뜰히 아껴가며 생존 시간을 늘린다. '캐스트 어웨이' 속 톰 행크스처럼 차 안에 있는 손톱깎이와 워셔액 등을 활용해 임기응변에 나서고, 잔해 반대편에서 나타난 강아지 '탱이'와 음식을 두고 티격태격 대며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무거운 상황을 내내 암울하지만은 않게 그리는 김성훈 감독의 연출이 하정우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월호 참사 다음 해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답게, 곳곳에서 참사를 지켜보며 느꼈을 문제의식과 절망감이 묻어난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119 구조대장의 호소가 무색하게 구출 작업은 실패와 반전을 겪으며 더뎌지고, 세상은 점점 정수가 살아 있으리라는 기대를 거둔다. 언론도 여론도 등을 돌린 상황에서 경제적 손익을 따지던 정부는 결국 이제 그만 인정하자는 말로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게 사실상 구조 작업을 중단하는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권한다. 영화의 가장 비극적 순간, 라디오 방송국을 찾아간 세현이 정수에게 전하는 마지막 음성은 구조가 끝났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포기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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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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