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넘어 브로드웨이까지…K-뮤지컬 “한계는 없다” [K-뮤지컬 시대]
아시아 넘버원 시장 日 본격 진출
스몰 라이선스 전략으로 현지화
맞춤형 재탄생 작품으로 성공
브로드웨이 겨냥한 작품도 제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 작품은 지난달 일본 도쿄의 히비야 시어터 크리에에서 막을 올렸다. 공연은 성공적. 매회차 전석 매진(약 600석)을 기록했다. 공공 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사 도호와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출을 맡은 스에미츠 겐이치는 “원작을 존중하되 일본 버전만의 개성이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카하라 요코 한일 공연 코디네이터는 “일본의 정서에 맞는 작품을 현지 관객 취향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연출한 점이 성공비결”이라며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이 이 정도의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도호에선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확장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을 넘어 ‘뮤지컬 본토’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까지 두드리는 중이다. K-팝, K-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우리 뮤지컬에도 전례 없는 훈풍이 불고 있다.
K-뮤지컬의 거침없는 진격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신감에서 시작됐다. 신작 뮤지컬에 대한 갈증이 높은 중국 시장에 수많은 작품이 수출돼 안착했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시장에서 K-뮤지컬의 성공 사례가 하나씩 만들고 있다.
중국 공연제작사 하오시정보기술 유한회사의 웨이 쟈이 대표는 “2016년부터 한국 뮤지컬이 중국에 많이 들어왔다”며 “‘지킬 앤 하이드’(오디컴퍼니 제작), ‘마이 버킷 리스트’(라이브 제작) 등 20~30개에 달하는 한국 작품들이 인기를 얻으며 현재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도리안 그레이’, ‘팬레터’가 수출, 라이선스 버전이 현지 관객과 만났다. ‘사의 찬미’ , ‘베니싱’도 최근 중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큰 변화라면 아시아 제1의 시장인 일본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1.5배에 달하는 6000억원 규모의 대형 시장으로, 관객 수준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올해는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원년”이라며 “뮤지컬 관객들의 니즈와 눈높이가 높은 선진 시장으로의 진출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일본 최고의 극단인 다카라즈카가 처음으로 한국의 창작 뮤지컬을 수입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엑스칼리버’다. 일본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K-팝 그룹 ‘세븐틴’의 도겸이 출연, ‘엑스칼리버 더 뮤지컬 다큐멘터리: 도겸의 찬란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공연 실황 영상을 일본 47개 도시 72개 영화관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뮤지컬은 오는 23일부터 도시마 구립예술문화극장에서 다카라카즈 극단 배우들의 연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EMK의 2023년 신작 ‘베토벤’도 도호에 수출됐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 네오는 일본 현지에 K-뮤지컬 전용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카하라 요코 한일 공연 코디네이터는 “2023년은 한국 뮤지컬의 일본 수출에 있어 역사적인 해”라며 “‘마리 퀴리’를 시작으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엑스칼리버’로 이어지는 한국 뮤지컬이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K-뮤지컬이 아시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스몰 라이선스’ 수출 전략이 주효했다. ‘스몰 라이선스’란 원작의 대본과 음악만 수출하는 방식으로, 현지 관객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
나카무라 카즈노리 다카라즈카 극단 이사는 “한국 뮤지컬 넘버가 가진 힘과 탄탄한 대본이 일본 뮤지컬의 특징, 일본 문화의 색깔과 만날 때 관객들에게도 성공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일본판을 접한 작곡가 박천휘도 “마치 처음부터 일본 작품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며 “대사도 많이 추가됐고, 일본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공연을 보며 예술이 가진 유연함을 생각하게 됐다”는 말했다.
중국으로 국내 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을 연결하는 이혜성 제작감독은 “스몰 라이선스 방식은 문화적 정서를 반영해 다양한 현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K-뮤지컬은 이제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 영국 등 뮤지컬 본고장으로 향하고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온 제작사 라이브는 ‘마리퀴리’를 통해 일본에 이어 유럽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마리 퀴리’는 지난해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로 라이선스를 수출했다. 영국에선 현지 배우들이 참여해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유럽과 영미권에서도 한국 뮤지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며 “대학로가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가 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한국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의 수출 사례도 있지만, 애초에 현지 시장을 공략해 제작하는 대형 작품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월드프리미어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브로드웨이 입성 마지막 단계인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을 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현지에서도 리딩과 워크숍 이후 재밌다는 입소문이 났다”며 “내년 6월 브로드웨이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K-팝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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