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긴 암' 유방암, 재택치료 시대 오나…임상연구 주목

송연주 기자 2023. 7.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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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의 불씨 꺼지지 않는 '꼬리 긴 암'
전이환자 매달 병원 안팎서 무한대기
피하주사 페스코, 재택치료 임상 연구
[서울=뉴시스] 로슈 유방암 치료 피하주사제 '페스코' (사진=한국로슈 제공) 2023.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은 생존율은 높지만 전이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꼬리 긴 암'으로 꼽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방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치료제 개발 및 국가암검진사업에 따라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10년 뒤에도 재발·전이 위험이 높아 장기간 반복적으로 치료 받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 환자가 재발할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1년7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률도 증가세다. 2017년 20만6308명이던 환자 수는 2021년 26만9313명으로 최근 5년간 30.5% 증가했다.

입원으로 인한 환자 부담도 높은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상반기 진료비통계지표를 보면 유방암 입원진료 환자 수는 2만9929명으로, 폐암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 유방암은 서구에 비해 젊은 환자가 많은 특징이 있다. 직장생활이나 육아에 시간을 쏟던 3040 여성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아시아에는 조기 유방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폐경 이전의 여성인 반면, 서구에서는 조기 유방암 환자의 15~30%만이 폐경 전 여성이다.

암 전이 환자, 매달 보호자와 병원 안팎서 무한대기

특히 유방암 환자의 20~25%에서 나타나는 HER2(사람 상피세포 증식 인자 수용체 2형)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가 활발하고 재발이 빠르다. 조기 유방암부터 전이 유방암 모두 장기간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 HER2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전 또는 후에 완치를 목적으로 1년 간 최대 18번에 걸쳐 정맥주사를 통한 항암치료를 받는다. 항암화학요법을 정맥으로 투여 받은 환자 중 일부는 혈관이나 신경, 조직이 손상돼 마비, 통증 등의 부작용을 겪는다. 연이은 정맥주사는 혈관을 굳게 해 바늘이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거나, 혈관을 붓게 한다. 감염, 혈전,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정맥주사 치료가 어려워진다.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추가적인 재발 또는 전이를 막기 위해 장기간 유지요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3주마다 대형병원을 찾는데, 투약 및 모니터링에만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원내 대기시간, 입원 절차까지 포함하면 매달 1박2일 내지 2박3일의 시간을 병원 안팎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2개의 정맥주사를 1개의 피하주사로…페스코, 재택치료 임상 연구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유방암 피하주사 '페스코'의 재택 치료 관련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어서 향후 국내에서도 항암제 자가 치료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페스코는 '허셉틴', '퍼제타' 등 2개의 정맥주사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만든 복합제다. 피하주사는 피부 아래 지방조직에 투여해 정맥주사보다 편의성이 높다. 지난 2021년 9월 항암제 최초의 개량생물의약품으로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HER2 양성 전이된 유방암 환자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이 약의 장점은 치료·모니터링 시간을 90% 단축한다는 것이다. 허셉틴과 퍼제타를 정맥으로 투여할 경우 초기 유도용량 150분, 유지용량 60~150분이 걸리는 반면, 페스코는 초기유도용량 투여에 8분, 유지용량 투여에 5분 소요된다. 즉 전이되거나 재발한 유방암 환자의 유지요법 치료를 기존의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에서 '페스코 단독요법'으로 바꾸면 투여 시간을 90% 줄일 수 있다.

현재도 미국, 유럽, 베트남, 태국 등에선 HER2 유방암 환자가 유지요법 치료 시 집에서 쉽게 페스코를 투약할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항암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양새다.

아직 한국에서는 자가 치료가 불가능 하지만, 환자의 치료와 일상을 병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연구에 참여 중이다. ProHer 연구는 방문간호사를 통한 페스코 재택치료를 시도하는 임상 3상이다.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페스코 재택치료에 대한 선호도를 평가한다. 가정에서의 페스코 투여는 방문간호사를 통해 진행된다.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이 연구에 참여한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페스코 임상 2상 결과 참여 환자의 85%는 편안한 약제 투여와 함께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 단축을 이유로 정맥주사보다 페스코를 선호했다"며 "또 의료 인력의 소요시간 역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스코 처방으로 치료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87.5% 절약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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