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Chat답] 영어유치원 '강추'한 챗GPT…"나와 더 친해지려면"
영유 입성 위해 프렙 학원 신청 '2·3중 사교육'
'통계 사각' 영유아 사교육에 칼 빼든 정부
'이음학기' ·'테마유치원' 공교육질 강화
AI 기술을 앞세운 통번역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영상 통번역부터 법률 전문, 웹툰 번역까지 서비스 적용 범위는 갈수록 늘어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언어 제약이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AI의 발달로 영어 실력이 무의미해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영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어유치원은 2017년(474곳) 대비 71.1% 급증해 811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저출생 여파로 같은 기간 사립유치원이 20% 가까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입니다.
영어유치원 성행으로 ‘4세 고시’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 치러지는 ‘레벨테스트’를 말하는 데 알파벳 대소문자를 바르게 읽거나 단어에서 빠진 철자를 맞추는 문제 등이 출제됩니다.
레벨테스트에 떨어질 경우 최소 3개월 이후에나 다시 응시할 수 있어 일부 학부모들은 한 번에 붙기 위해 별도로 영유 입학 과외를 받거나 프렙(Prep·준비) 학원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4세 고시’는 시험을 치를 제반 능력부터 갖춰야 하는 터라 ‘부모 없이도 최소 20분가량 혼자 앉아 있기’, ‘기저귀를 떼고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 등도 함께 진행합니다.
AI의 대표 주자 챗GPT는 우리나라의 영어유치원 열풍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AI 시대에도 영어 유치원을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습니다.
챗GPT는 단번에 “예”라며 “AI 시대에도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것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우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챗GPT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졌다”면서도 “영어는 국제 비즈니스, 학문, 기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언어다.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학습하는 것은 아이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영어 유치원에서 다른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이들이 글로벌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문화적 이해와 다양성’을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챗GPT는 영어유치원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과 인지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I는 혁신적인 문제 해결과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영어 유치원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인지 능력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는 AI 시대에서도 중요한 역량이며, 영어 유치원을 통해 그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눈에 띄는 건 챗 GPT가 두번째로 꼽은 이유, 바로 ‘AI와의 용이한 상호작용’입니다. 챗GPT는 “일부 AI 시스템은 영어로 제작되었거나 영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한다”며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학습하면 아이들이 AI와의 상호작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시스템 상당수는 영어 기반으로 제작됩니다. 통번역 등의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보다는 직접 영어를 사용할 때 인간과 AI 시스템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 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자기와 같은 AI와 친해지고 싶다면 영어 실력을 늘리라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다만 “가족의 욕구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적인 판단과 가정의 필요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사교육 연령 출발선이 7세에서 4세로 하향한 가운데, 실제로 초등학교 입학 전 사교육을 받은 영유아는 6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 분야 시민 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0∼만 5세’에 사교육을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은 65.6%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26%는 자녀가 만 5세 때 연간 3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부모의 절반 이상(57.3%)이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나 사교육비는 낮은 연령대에서 더욱 큰 증가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초등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32만 8,000원에서 37만 2,000원으로 13.4% 증가했습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11.7%, 9.8% 올랐습니다.
사교육 사각지대인 영유아기 월평균 교육비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더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로 교육부가 실시한 반일제 이상 영어유치원 전수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교습비는 175만 원으로 사립 유치원 한 달 평균 비용(55만 원)의 3배를 넘습니다.
평균 정규 교습비 127만 원에 방과 후 과정 교습비 30만 원, 급식비·교통비가 18만 원 정도입니다. 이들은 실용 외국어 외에도 한글, 수학, 과학, 미술, 체육, 코딩, 등을 가르칩니다. 필요에 따라 소방교육, 성교육, 현장 체험학습도 진행되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영어유치원 열풍이 사교육 악순환의 시작이라 보고 고리를 끊겠다며 단속에 나섰습니다.
현장에서 소위 ‘영어유치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대체 기관으로 인식되지만, 사실상 법적으로는 학원입니다. 영어유치원에는 ‘학원법’이 유치원에는 ‘유아교육법’이 적용됩니다. 즉 유아 영어학원이 정식 교육기관인 ‘유치원’ ‘학교’ 등의 간판을 달아 운영하면 불법입니다.
이에 정부는 편법 운영하는 기관들에 유예기간을 갖고 정상화를 유도할 방침입니다.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유치원 형태로 운영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겁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교습 과목 신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원들이 다시 교습 과목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치원처럼 운영하며 책정된 높은 교습 단가를 학원 스스로 낮추도록 기간을 준 뒤 내년 상반기 재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유아 영어학원이 인기를 모은 것은 현 체제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사교육 제재보다 공교육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부모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원비 인하를 기대하면서도 ‘보육 공백’을 우려했습니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유치원-초등학교 교과 연계 ‘이음학기’를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올해 400곳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1,000곳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내년부터 숲·생태·아토피 치유 등 테마형 유치원을 추가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영어 유아학원이 아닌 기관을 선택해도 학부모가 만족도가 높을 수 있도록 미취학 아동의 공교육 질을 높이겠다는 심산입니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사교육 시장을 확대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정부의 공교육 강화 방안 취지에 동감했습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학 전 아동 교육은 복지에 해당하고, 교육 출발점을 공평하게 간다는 게 중요하다”라며 “정부가 조기 영어 교육 출발 지점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부분에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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