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계 잇따르는 저작권 분쟁…고소로 이어지기도

최주성 2023. 7.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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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6일 공연계에 따르면 연극 '킬 미 나우'의 제작사 연극열전은 지난 4월 영화 '나를 죽여줘' 제작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연극열전이 서울 성동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영화 제작진이 연극 '킬 미 나우'의 대본, 연출 등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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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미나우'·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
연극열전 고소 관련 입장문 [연극열전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과 뮤지컬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6일 공연계에 따르면 연극 '킬 미 나우'의 제작사 연극열전은 지난 4월 영화 '나를 죽여줘' 제작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연극열전이 서울 성동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영화 제작진이 연극 '킬 미 나우'의 대본, 연출 등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극열전은 지난 10일에는 공식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연극 '킬 미 나우'와 영화 '나를 죽여줘'는 브래드 프레이저의 2013년작 희곡 '킬 미 나우'(Kill me now)를 각색한 작품이다. 선천적 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과 그를 돌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각색한 연극은 2016년 초연했고 영화는 지난해 10월 개봉했다. 영화는 뮌헨필름어워즈 최우수 장편영화상, 부다페스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영화상, 더반국제영화제 각본상 등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연극열전은 한국어 연극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표현과 장면구성 등을 영화사가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아들의 친구가 틱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과 틱장애가 나타나는 양상이 일치한다는 점, 극의 후반 등장하는 환상 장면의 구성과 대사가 일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허지혜 연극열전 대표는 "외국 작품에서 출발하는 작품은 번역부터 창작물"이라며 "원작이 존재해 완전히 새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할지라도 엄연히 번역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를 죽여줘'의 최익환 감독은 "(연극열전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 법정에서 다툼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서 밝힐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오미영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저작권 표기를 두고 오미영 작가와 서울시뮤지컬단이 분쟁을 벌였다.

초연 대본을 쓴 오 작가는 재공연을 준비하던 중 지난 3월 하차했다. 이후 대본 수정 작업을 맡은 이나오 작곡가의 권리를 표기하는 방식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오 작가는 지난 달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에게 '극작 이나오'로 저작권 표기를 변경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시뮤지컬단에 '극본의 원작자가 오미영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작곡가에게 수정, 각색 작업을 허락했을 뿐 저작권 표기를 바꾸는 것을 동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이에 대해 "오 작가를 재공연의 저작권자에서 제외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하며 "두 사람의 작업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크레디트(저작권 표기)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쟁은 일단락된 상태다. 지난 3일 오미영 작가는 SNS에 "두 창작진 오미영과 이나오는 '극작 오미영, 각색 이나오'로 크레디트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연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장르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오페라 '허황후'의 연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두고 전 연출과 제작사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공연계에서는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작권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아 온 범유경 변호사는 "번역은 2차 저작물의 일종으로, 2차 저작물은 그 자체로 고유한 저작물"이라며 "2차 저작물은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다. 번역한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함부로 따다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보람 한국극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영화계에서는 여러 사람이 창작에 참여한 경우 공동으로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창작자를 병기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창작자들이 공동창작이나 2차 저작물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다양한 사례를 모아 저작권 침해에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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