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사는 '비건 인증' 그만"...식약처 출신 전문가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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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인증 업체가 최근 3~4년간 100여 곳 생겼는데 해당 식품 성분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서류 심사만 거쳐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업체가 대부분입니다. 비건 인증도 해썹(HACCP)처럼 공인된 관리 시스템이 되려면 관련 업체들이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4년간 연구사과 지도관으로 근무한 권유진 한국비건진흥원 원장(사진)의 얘기다.
현재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직접 외부 성분 분석 기관에 실험을 의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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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인증 업체가 최근 3~4년간 100여 곳 생겼는데 해당 식품 성분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서류 심사만 거쳐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업체가 대부분입니다. 비건 인증도 해썹(HACCP)처럼 공인된 관리 시스템이 되려면 관련 업체들이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4년간 연구사과 지도관으로 근무한 권유진 한국비건진흥원 원장(사진)의 얘기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비거니즘과 채식주의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고, 국내에서도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매김했는데 현재 비건 및 베지테리언 인증에 대한 표준 지침 및 평가 절차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 명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 규모는 2021년 약 250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비건 인증' 시장은 갈 길이 멀다. 성분 분석을 위한 자체 실험실도 갖추지 못한 업체가 난립한 상태라는게 권 원장의 지적이다.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등 공신력을 갖춘 전문적인 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직접 외부 성분 분석 기관에 실험을 의뢰해야 한다. 인증 업체는 이 시험 성적표를 검토해서 인증서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제품이 실제로 어느 공장에서 어떤 원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지는지 제대로 분석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서 "돈 주고 비건 인증서를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비건진흥원은 권 원장이 박사 학위를 받은 천안 단국대에 자체 성분 분석 실험실을 갖췄다. 소속 직원과 대학원생들이 직접 제품 성분을 분석해서 시험 성적서를 작성한다. 이어 현장을 찾아 제조공정과 설비 등을 직접 살펴본다.
권 원장은 "시험 성적표엔 동물성 성분이 없다고 적혀 있더라도 실제 생산 현장을 가보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며 "유전자 검사를 직접 수행하고 현장 심사를 병행하는 것은 인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인증은 식품, 화장품, 원료, 음식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적용할 수 있다.
한국비건진흥원은 비건과 베리테리언 인증을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유제품, 꿀, 라놀린 제외) △오보 베지테리언(계란, 꿀, 라놀린 제외)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유제품, 계란, 꿀, 라놀린 제외) △페스코 베지테리언(어패류, 유제품, 계란, 꿀, 라놀린 제외) △폴로 베지테리언(가금류, 어패류, 유제품, 계란, 꿀, 라놀린 제외) 등 6가지 범주로 적용한다.
비건 인증은 육류, 유제품, 계란, 꿀 등 동물성 원료 및 동물 유래 원료를 일절 포함하지 않은 100% 식물성 식품에만 부여한다. 이외 등급은 꿀, 계란, 유제품, 어패류, 가금류(닭고기 등) 등으로 인증 허용 범위를 넓힌 개념이다. 권 원장은 "국내 채식 인구 중 상당 수는 100% 식물성 제품만 섭취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비건진흥원은 이와 함께 비건 제품 개발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거니즘과 채식주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비건 마이스터'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권 원장은 올해 6월 서울시에 '시내 채식음식점 현황' 정보 서비스 관리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최근 부산 소재의 한 대형호텔과 국내 최초 '친환경 비건 전용 객실 인증 및 도입' 프로젝트를 협의 중이다.
권 원장은 "앞으로 다양한 비건과 채식 교육을 통해 건전한 채식 제품 생산과 올바른 채식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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