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2023. 7. 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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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부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내부고발자는 공동체를 위기에서 지켜내는 영웅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내부의 문제를 숨기려는 사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져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1년 만들어진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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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내부고발자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부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영어로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휘슬’은 호루라기, ‘블로어’는 부는 사람, 즉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을 뜻한다. 내부고발자는 공동체를 위기에서 지켜내는 영웅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내부의 문제를 숨기려는 사람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져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이 필요하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1년 만들어진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정책 수립 및 관련 제도의 집행을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에 맡겨두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4년 병원 내부 자료를 모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병원장이 ‘대리 원장’을 내세워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이중으로 타냈고, 의약품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경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신고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법에 정한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A씨는 내부고발 후 10년을 돌이키며 이런 말을 남겼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인지···. 내가 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나, 그 생각이 들어서 ‘바보, 멍충아’ 욕을 했어요 저 자신한테.” A씨는 내부고발로 직장을 잃었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는 것도 어려웠다. A씨의 내부고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0억원 넘는 요양급여를 환수 조치했고,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상금을 신청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연합뉴스

내부고발자를 문전 박대한 국민권익위원회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는 돌변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야 보상금 신청이 가능해요.” 2015년 보상담당자의 말을 믿고 기다렸던 A씨는 관련 소송이 다 끝난 2019년 보상금을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보상금 신청 기한 2년이 지났다며 그를 문전 박대했다. A씨의 신고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 비위를 포착해, A씨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환수가 가능했다며 내부고발을 깎아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의 ‘돌변’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돌변은 더 심각해졌다. 소송에 져서 이미 환수한 요양급여도 다 돌려줬다며 아예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라는 보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밝혀졌고, 어물쩍 넘기려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항소심 재판부는 마지막 변론기일에 돌직구를 날렸다. “이 주장을 계속 유지할 겁니까?”

6월21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이유에 덧붙여 요양급여를 환수한 건 국민건강보험공단이지만 그 환수와 내부고발 간 관련성을 검토할 의무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판결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밝힙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그저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로 넘길 것이 아니라 왜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신고를 후회하게 할 정도로 무능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내부고발자 보호 및 보상 제도를 더 아름답게 가꾸어나가는 계기로 삼길 촉구한다.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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