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죽는다] ⑧"지금이 청소년 마약 근절할 마지막 골든타임"

이상서 2023. 7. 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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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이들 친숙한 SNS로 마약 퍼져"
"의지로 단약할 수 있다는 건 착각…주변 도움 청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슈팀 = "예전에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 '차 조심해'라고 이야기했잖아요. 앞으로는 이게 '마약 조심해'로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른들의 인식 이상으로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이 크게 확산한 상태"라며 "유통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나, 법과 제도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 이건희]

승 위원은 "마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지금 철저한 대책과 재활 방안을 세우지 않아서 이 순간을 놓친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리화나(대마초)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속속 이를 합법화하기 시작한 미국을 예로 들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미국 내 18∼30세 성인의 지난해 마리화나 사용률이 43%로 조사돼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와 워싱턴DC는 마리화나의 의료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18개 주와 워싱턴DC는 비의료적 사용도 허가하고 있다.

미 연방하원은 지난 4월 마리화나를 유통하거나 소지한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승 위원은 "미국 대학생 중 상당수가 대마초를 경험했다는 조사도 나올 정도로 마약이 미국 내 청소년 사이가 크게 퍼져 있다"며 "이들을 전부 전과자로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니 구매·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되지 않겠냐"라면서도 "마약이 청소년 일상 깊숙이 침투한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최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 1만8천395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59.8%(1만988명)를 차지했다. 특히 20대가 5천804명으로, 전 연령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도 481명에 달했다.

[그래픽] 마약사범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박재억 검사장)는 5일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서 작년 마약류 사범이 1만8천39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이는 마약 거래 방식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다크웹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으로 승 위원은 내다봤다.

실제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021년 다크웹 내 28개 주요 거래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다크웹을 통한 거래 중 91%가 마약류 거래였다고 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 이상서]

승 위원은 "요즘 스마트폰 안 쓰고 SNS 가입 안 한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며 "기성세대보다 훨씬 모바일 세상에 친숙한 청소년이 이를 통해 마약을 손쉽게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 입장에선 안전하다고 생각한 방 안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의미"라며 "결국 약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선 수사 방식도 기존 아날로그에서 벗어나 디지털로 바꿔 나아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약에 호기심을 보이는 청소년에게 그는 "손대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라며 "유혹은 맞닥뜨려 이겨내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미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에게는 "한번 실수한 것뿐이지,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라며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폭넓은 치료 재활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지정돼 421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인천참사랑병원(276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34명)에 97%가 몰렸다.

13곳은 치료보호실적이 전무했고, 중독 치료 전문 의료진의 부재 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도 있었다.

그는 "약물로부터 청소년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재활 기관과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동시에 부모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청소년 마약을 근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가정과 국가,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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