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PER주 ‘59만배’…알고보니 역대 최악의 ‘작전주’였다 [유혜림의 株마카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에코프로요? 이제 저희 (분석) 영역을 떠났어요. 최근에 본 PER(주가수익비율)이 600배를 넘었다니깐요."(코스닥 담당 애널리스트 A)
너무 뜨겁다 보니 손도 못 대는 종목이 있습니다. 올해 증시를 휩쓸고 있는 '에코프로'입니다. 에코프로는 지난 10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를 예고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난달 에코프로를 분석한 보고서는 단 1개도 없었습니다.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률(PER)은 무려 689.43배.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분석하기 어려워지자 증권가는 사실상 에코프로 주가 관측에 손을 떼는 분위기입니다.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PER입니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쉽게 말해 어떤 회사의 주가가 회사의 순이익에 비해 적절한 가격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지표입니다. 통상 PER이 높으면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적정 PER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만, 통상 PER 30배를 넘기면 '고평가'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680배를 나타낸 에코프로는 업종 PER(124.14배)도 훌쩍 뛰어넘어 과열 우려가 끊이질 않죠. 그런데, 사실 "한국판 밈주식" 등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에코프로라 할지라도 이미 PER 1000배를 훌쩍 뛰어넘는 종목들도 이미 5개가 넘더라고요. 문뜩 역대 PER 최고치가 궁금해져 한국거래소에 문의해봤습니다.
무려 '59만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를 통해 확인한 수치에 따르면, 2000년 5월 23일 리타워텍 우선주의 PER은 59만배로 집계됐습니다. 코스피, 코스닥 통틀어서 최고치입니다. 우선주를 제외하고 살펴봐도 코스닥 1위는 리타워텍(32만5500배)입니다. 35일 연속 상한가. 5개월간 181배 주가 상승. 2000년 '닷컴버블'이 절정인 당시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안긴 바로 그 '리타워텍'입니다.
역대 코스닥 PER의 기록을 쫓다보면 한국 자본시장의 '흑역사'를 마주하게 됩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유신씨는 2000년 1월 보일러 송풍기 업체 파워텍을 인수해 '인터넷 기업' 리타워텍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습니다. 2000원(액면가 500원)에 불과하던 리타워텍의 주가는 36만원까지 치솟았지요.
하지만 코스닥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주가조작 사건까지 휘말리면서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했습니다. 정리매매 최종가격은 20원. 2001년 당시 주주총회 현장을 담은 보도를 보면, 주주들은 종이를 흔들며 강하게 경영진에게 항의하거나 조용히 얼굴을 감싸 쥐는 주주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담겼습니다. 결국, 주가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던 최유신 씨는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레타워텍 우선주'가 유독 PER이 높았던 배경에 대해 조사하다 이런 글도 발견했습니다. 작성 시기는 2006년 3월, 글쓴이는 "도움이 될 것 같아 퍼온 글입니다"라며 공유한 글에 몇 가지 투자기법을 소개합니다. 찬찬히 읽다 보니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더군요. "리타워텍이 재료로 상 갔습니다. 뭐가 움직이죠, 리타워텍 우."
리타워텍 우선주 활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리타워텍이 재료 나오면 이미 고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리타워텍 우선주를 잡습니다." 본주가 오르는 신호를 우선주의 매수 타이밍으로 이용했다는 얘기로 보입니다. 우선주는 주식 수와 거래량이 적다는 특성 탓에 주가조작의 표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2000년 당시 공시를 살펴봐도 거래소는 우선주에 대해 여러 차례 '주가급등 조회공시'를 요구했었네요. 'PER 59만배' 역시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요.
2003년 상장폐지로 잊힌 리타워텍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는 지난 10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하자 역대 '황제주'를 재조명했기 때문이죠. 1996년 7월1일 코스닥 개장 이래 고가 기준으로 황제주에 등극한 종목은 핸디소프트·신안화섬·동일철강 그리고 리타워텍 뿐입니다. 물론, PER, EPS나 PBR 등이 미래 기업가치까지 오롯이 다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말까지 있으니깐요. 하지만 '꿈'만 먹고 자란 주가가 버블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 역시 염두에 둬야 겠습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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