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참극 부른 벽간소음…"부모 욕해 분노" [사건의 재구성]

원룸텔서 갈등 40대 살해한 20대, 1심서 징역 1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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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집을 옮기게 해 줄 부모도 없냐. 돈도 내줄 수 없는 부모라면 없는 게 낫다. 거지XX야"

고등학교 졸업 후 일용직을 전전하던 A씨(24). 몸도 마음도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던 그가 새 보금자리로 삼은 원룸텔에서 들은 이 말은 결국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A씨는 어릴 때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는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의 한 원룸텔을 새 거처로 삼았다.

그런데 원룸텔에 온 직후부터 옆방 B씨(46)와 갈등을 빚었다. B씨가 "컴퓨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A씨에게 자주 항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가 원룸텔에 온 지 석달도 채 안 돼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 2월24일 오후 10시, 술을 마시고 귀가한 B씨가 A씨 방을 찾아왔다.

B씨는 "키보드 소리때문에 시끄럽다"며 "내가 여기 더 오래 살았으니 원장(원룸텔 운영자)에게 말해서 널 내보내겠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집을 옮기게 해 줄 부모도 없냐. 돈도 내줄 수 없는 부모라면 없는 게 낫다. 거지XX야"라고 소리쳤다.

이 말에 격분한 A씨는 곧장 복도로 나가 B씨를 밀쳤고 목을 졸랐다. 이어 몸이 축 늘어진 B씨를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

의식이 잠시 돌아온 B씨가 또 다시 내뱉은 말은 "거지XX"였다.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쓰레기 종량제 비닐봉지를 B씨 머리에 씌우고 테이프로 감았다. 여전히 B씨가 숨을 쉬자 추가로 비닐을 씌웠다.

결국 B씨는 질식해 숨졌다.

A씨는 인적 드문 새벽시간대 숨진 B씨를 유기하기로 하고 원룸텔 관리실로 가 CCTV 전원을 차단했다. B씨의 휴대폰과 지갑은 쓰레기장에 버렸다.

하지만 시신 유기가 여의치 않자 범행 이튿날 오후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자수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최후변론에서 A씨는 "자수한 뒤 지금까지 계속 후회하고 있다"며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전에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던 점과 정신과적 병적 치료 의지가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변호했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라면서 "이를 침해하는 살인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하길 반복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질식행위를 계속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 대한 분노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