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회사 잘리나요?”···‘실적쇼크’ 가구업계, 구조조정 공포로 벌벌 떤다

이완기 기자 2023.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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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가구 내수 출하 전년 대비 ‘뚝’
시장선 한샘 등 연속 적자 전망 제기
가격 인상·대표 교체 카드 등 꺼냈지만
최악의 업황에 빠른 반등 쉽지 않아
일선 직원들은 대규모 사직 우려 나와
올 2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가구단지의 한 폐업 점포에서 무인으로 가구들이 판매되는 모습. 서울경제 DB
[서울경제]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역대급’ 특수를 누렸던 가구 업계는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경기 침체 등 급격하게 달라진 영업 환경을 맞닥뜨리면서 오랜 기간 활로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에 주요 가구 업체들의 올 2분기 실적도 반등보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설까지 나돌 정도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 드는 등 갖가지 방안을 찾아 나섰지만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렵다는 관측 또한 상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가구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75.2로 잠정 집계된다. 전년 동기(89.7) 대비 16.2% 하락한 수치다. 2013년 이후 10년 간 최저였던 올 1월(75.0)과 비교해도 불과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특수로 호황기를 맞았던 2021년 약 120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가구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가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팔려나가는 수준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2020년을 기준값 100으로 한다.

올해 2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가구단지 모습. 서울경제DB

시장에서는 주요 가구업체의 실적이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구·인테리어 1위 기업 한샘(009240)의 경우 올 2분기 예상영업손실이 74억 원(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집계된다.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실적 나타날 경우 한샘은 사상 초유의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5월까지 누적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2만 2000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작년보다도 15% 감소했다”며 “계절적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구 부문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한 가구 업체 관계자는 “상장 공시 규정으로 정확한 수치 공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올 1분기와 같이 올 2분기도 매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이 가구를 사는 데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는 것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샘 주가 추이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자 일부 업체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제기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A 업체의 경우 최근 사내에 차장·부장급을 대상으로 200~300명 규모의 권고사직이 단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결국 A사 경영진이 직접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진태 전 한샘 대표. 사진 제공=한샘

업체들도 갖가지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고정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등의 시도가 이어진다. 현대리바트(079430)는 이달부터 식탁·소파 등 가정용 가구 일부 품목의 가격을 약 5% 올렸다. 올해 초 가정용과 사무용 일부 품목을 5~7% 올린 데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한샘은 대표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김진태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대신 김유진 IMM프라이빗에쿼티 전무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한샘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 상승 과제를 이끌 리더로서 김 신임 대표가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다만 올 하반기도 업계 사정이 나아지긴 힘들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1여 년 간 실적이 고꾸라진 만큼 업황이 바닥을 찍었을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가구 제품 특성상 교체 주기가 긴 탓에 2~3년 전 매출 증대를 감안하면 빠른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샘의 경우 대표 교체로 직원들 사이의 불안감이 더 크다는 전언도 나온다. 김 신임대표가 앞서 맡았던 업체들에서 구조조정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같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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