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이 '핫'하다는데... 무얼 사면 좋을까[내돈내산]

윤주영 2023.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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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엔 '지수보단 업종 또는 종목'
미국 공급망 재편 수혜주 ①반도체
워런 버핏이 주목한 ②고배당 가치주
③주식으로 엔테크는 고위험 고수익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증시를 향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부터 세 달간 6조2,000억 엔(약 57조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12주 연속 순매수라는 기록도 세웠죠. 그 결과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 지수인 토픽스(TOPIX)와 그중 유동성 높은 225개 종목을 추린 닛케이225 지수는 상반기 각각 17%, 22%씩(12일 기준) 급등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상 처음 일본 주식 매수 건수가 4만 건(반기 기준)을 돌파(▶관련기사)했거든요.

하반기에도 열풍은 이어질까요. 의견이 갈립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일본 증시의 강한 랠리(rally·급격한 강세 전환) 및 한국 증시 대비 매력 우위 현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는 역대급 엔저(円低·엔화 가치절하)가 엔화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일본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일본은행(BOJ)이 '제로(0)금리'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거든요.

반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20일 "외국인의 추가 투자 여력은 약 50조 엔(약 462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긍정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통화 정책 유지" 발표로 말미암아 엔화가 급격히 강세 전환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겁니다. 엔저는 '상장사 실적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상장사 중 수출 기업이 많기 때문이죠. 엔화 가치가 낮은 만큼 해외 시장에선 'made in japan'의 가성비가 좋게 느껴지겠죠.

올해 일본 대표 지수 상승률. 그래픽=김문중 기자

투자의견은 결국 엔화 전망에 따라 나뉘네요. 그런데 "엔저와 상관없이 일본은 잠재력 있는 시장"(신한투자증권)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이 요 몇 년 새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일본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공급망 재편의 수혜주를 잘 가려내면 중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단 얘깁니다. 다수 전문가들이 하반기 일본 투자 전략으로 '지수보다는 업종(또는 종목)'을 드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업종에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 지금부터 짚어 드릴게요.


①반도체 소부장 및 기술주

웨이퍼.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분들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키워드에서 반도체를 떠올리셨을 거예요. 공급망 재편 방법으로 생산 공장을 미국 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하고 있어요. 특히 신경 쓰는 업종이 반도체입니다. "첨단 산업과 군사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 반도체"(김일혁 KB증권 연구원) 거든요.

미국이 생산 공장을 자국화하는데, 왜 일본이 떠오르고 있냐고요? 자국화가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낮으면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분야에서 뛰어난 일본을 반도체 기지로 삼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해요.

일본은 특히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 등 반도체 중간재, 후공정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돼요. 김 연구원은 "최근 대만과 한국 기업들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급속히 증가했다. 따라서 소부장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공정 고도화 경쟁력을 갖춘 일본이 주목받고 있다"고 비교했어요. 일본 정부가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유치에 앞장서는 등 적극적으로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죠.

닛케이225 내 대표 반도체·반도체 장비 기업.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제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국내 증권사들은 '어드밴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을 추천했어요. 어드밴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고요. 르네사스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데 최근 분야를 넓히는 중이라고 해요. 개별 종목 투자가 꺼려진다면 상장지수펀드(ETF)로 간접 투자할 수도 있어요.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엔 위의 세 기업 외에도 디스코, 호야 등 유명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담겨 있어요.

주요국이 리쇼어링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본 산업용 로봇이나 공장 자동화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어요. 로봇은 '화낙', 자동화는 '키엔스' 등이 유명해요. 로봇 테마 ETF로는 'Global X Japan Robotics & AI ETF' 등이 언급돼요.

일본 주식 vs. 일본 ETF
● 일본은 기본 거래단위가 100주라는 걸 알고 계신가요? 기업의 주주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8년 매매단위를 이렇게 통일했다고 해요. 예컨대 12일 기준 닌텐도 주식을 사려면 63만 엔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우리 돈으로 581만 원이나 돼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접근이 쉽지 않죠.
● 이때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게 상장지수펀드(ETF)예요. 1~10주 단위로 거래가 가능해 주식에 비해선 소액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② 고배당 가치주: 버핏 따라하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 자료사진

일본 열풍에 본격적인 불을 붙인 사람이 워런 버핏이에요. 투자의 귀재이자,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해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로 유명하죠. 올해 초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이토추, 마루베니, 미쓰비시, 미쓰이물산, 스미토모) 보유 비중을 넓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어요.(▶관련기사)

일본 종합상사들은 70~150년이나 된 장수기업들이 많아요. 시대 흐름에 맞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며 오랜 세월 버틸 수 있었죠.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버핏이 일본 상사주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변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일본 종합상사는 사업 구조를 다각화했고, 그것이 안정적인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배당도 우상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어요.

버핏이 산 종합상사들 중 많이 언급되는 종목이 이토추예요. 일본 종합상사는 1990년대 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해 2000년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었는데요. 2010년대엔 가격 하락으로 되레 타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 비원자재 부문 투자를 넓히기 시작했어요. 이토추는 원자재와 비원자재 부문의 매출 균형이 강점이라고 해요. 또는 5대 종합상사를 모두 담은 'Next Funds TOPIX-17 Commercial & Wholesale Trade ETF' 등에 투자할 수도 있어요. 종합상사 ETF는 올해 40%를 웃도는 수익률(6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고 해요.

반드시 종합상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고배당주들을 담은 ETF(NEXT FUNDS Nikkei 225 High Dividend Yield Stock 50 ETF 등)도 있거든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에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것도 고배당주에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이유예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 즉 기업의 자산 가치보다 더 낮게 평가된 기업들이 타깃이 됐죠.


③ 주식으로 엔테크하기

게티이미지뱅크

조만간 찾아올 엔화 강세를 노려, 엔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는 '엔테크(엔화+재테크)'가 유행하고 있어요.(▶관련기사) 주로 시중은행 엔화예금을 이용하실 텐데요. 5,000만 원까지 원리금이 보호되고, 인출수수료(약 1.5%)와 환전수수료(약 1.75%)를 제외한 환차익엔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죠. 하지만 이자가 0%라 못내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보다 공격적인 엔테크를 원하는 분들은 주식으로 엔테크한다고 해요.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일까지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미국 20년 이상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예요. 환차익은 물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료될 것을 기대해 채권 시세 차익에도 베팅하는 상품이죠. 채권은 수익률과 채권 자체 가격이 반비례해요. 또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질 때 수익률(이자)이 가장 급격히 내리는 종목이 장기채라고 해요. 즉 금리 인상 종료로 장기채 수익률이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면 시세 차익을 거두는 원리예요. 위 상품은 달러·엔 환율을 고정한 헤지 상품이라, 달러 약세(엔화 강세)에 따른 환 리스크도 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위험부담이 커요. 예상과 반대로 엔화약세 및 긴축이 지속된다면 손실이 극대화할 수 있거든요. '원→엔→달러'로 환전 수수료를 2번 지불해야 해 수수료 부담도 커요. 채권 차익은 거둘 수 없지만 환전 수수료를 아끼는 방법으론 엔화 추종 국내 ETF('TIGER 일본 엔선물 ETF')를 매수할 수도 있어요.

해외 ETF vs. 국내 ETF
● 상장지수펀드(ETF)는 해당 ETF를 만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운용수수료가 부과돼요. 상품마다 수수료는 달라요.
● ETF는 분배금이라고 해서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에서 나온 배당금을 모아 일정 주기마다 나눠줘요. 예금 이자에 붙는 것처럼 분배금에도 15.4%의 금융투자소득세가 붙어요.
● 해외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추가로 부과돼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ETF에서 난 이익과 손실을 모두 합쳐서 25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22% 세금을 매겨요. 양도세는 금융투자소득세와 별개의 세금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소득이 2,000만 원이 넘을 위험이 있는 분들은 해외 ETF에 투자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 될 수 있어요.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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