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죽는다] ⑦"마약거래에 SNS·가상자산 이용…청소년 사범 늘어"

구정모 2023.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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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고교생이 학교 교실에 투약해 충격"
"투약 계기 살펴보면 충분히 선도가능…예방교육 필요해"

(창원=연합뉴스) 이슈팀 = 마약류 사범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마약 거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자산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지는 탓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늘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마약을 하는 아이들까지 나타났다.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이 오히려 마약에 대한 이들의 호기심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은 기우다. 청소년들은 이미 SNS에서 마약에 대한 정보를 접할 만큼 접한 상황이다.

오히려 SNS상 퍼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예방교육이 능사는 아니지만 호기심에 마약을 손대려는 청소년들에게 한번쯤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

최근 수년 사이 굵직한 청소년 마약 사건을 처리한 바 있는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김대규 마약범죄수사계장이 내린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해 제시한 대안이다.

김 계장이 이끈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계는 2021년에 고교생 펜타닐 패치 투약 사건(검거자 56명), 지난해엔 청소년 식욕억제제 판매·투약 사건(검거자 63명), 올해엔 10대 운반책이 포함된 마약 유통 사건(검거자 100명)을 연이어 해결했다.

김 계장은 일선 수사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데 "절대 동감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실제 통계가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마약류 사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줄곧 40대였다가 2019년과 2020년엔 30대로 낮아진 뒤 2021년과 지난해엔 20대로 더 내려갔다.

특히 10대 비중은 2017년 0.6%에서 지난해 2.6%로 5배 이상으로 커졌다.

김 계장은 "최근 마약류 범죄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이뤄지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과 결합하면서 이에 익숙한 젊은 층들의 마약류 남용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고교생 펜타닐 패치 투약 사건에서 학생들이 "학교 교실과 화장실에서 (펜타닐을) 흡입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건은 학생들이 부산·경남 지역의 병·의원을 돌며 본인 또는 남의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흡입하거나 판매한 사건을 말한다. 연루된 10대 청소년이 56명에 달했다.

펜타닐은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이르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미국에서 펜타닐에 취한 이들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영상이 퍼지며 '좀비 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계장이 이들 청소년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펜타닐 패치의 금단 증상은 처음엔 10∼15일 지나면 나타났지만 이후엔 10∼15분이면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대다수가 금단증상으로 야구 방망이로 자기를 두드려 패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패치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투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과 상담해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쉽게 말해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펜타닐이) 나쁜 줄 알면서도 흡입하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올해 미국인 전부 죽일 분량의 펜타닐 압수" (CG) [연합뉴스TV 제공]

김 계장은 지난해 식욕억제제 판매·투약 사건에 13세 중학생들이 연루된 것을 보고 청소년 마약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은 형태가 나비 모양의 알약이라 청소년들 사이에선 '나비약'으로 통한다.

김 계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진정으로 등교하게 되자 여중·고생들이 빨리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에 약에 손을 댔다고 한다. 단, 환각 증세를 즐기기 위해 디에타민을 샀다는 이는 없었다. 말 그대로 살을 빼려는 목적이었다. 대다수는 약을 먹지 않고 버렸다고 한다.

김 계장은 그런데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다이어트 약물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남용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약물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들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의료용 마약이 병원에서 처방된 탓에 위험한 '마약'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계장은 "펜타닐 패치 사건을 보고 이는 단순히 청소년 범죄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다, 투약 행위는 나쁘지만 그 행위를 하게 된 계기를 들여다보니 충분히 선도가 가능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협조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마약을 가르쳐주는 것이 오히려 마약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학생들은 이미 유튜브와 틱톡 등을 통해 마약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다"며 "학생들이 SNS를 통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바로잡는 것이 약물예방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교육을 한다고 해서 100% 다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이런 게 마약이다'라고 교육받았다면 마약에 접하게 됐을 때 한번쯤 멈칫멈칫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이건희 인턴기자 촬영]

김 계장은 "7년 동안 마약 수사를 하면서 검거한 마약사범이 1천명이 넘는다"며 "이 사람들 중엔 뭔가 도움을 줬을 때 약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은 자신의 삶을 파탄 내는 '악마의 약물'"이라며 "마약중독자가 돼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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