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안고 갈 것" 아스파탐을 대하는 식품업계의 복잡한 마음

박소영 2023.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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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예고와 동일하게 아스파탐을 최종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생각해서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로슈거 음료를 마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암가능물질이 들어 있다고 하니 속은 느낌일 것"이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도 당분간 인공 감미료를 넣은 제로슈거 상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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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지정
'소비자 정서' 고려해 "아스파탐 대체하겠다"는 일부 제과, 마트
펩시 제로·막걸리 "문제없다"며 시장 주시
맛과 건강 강조한 '제로 마케팅'에는 제동 걸릴 듯
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칼로리 음료수들. 연합뉴스
아스파탐은 오래 써서 검증이 됐다고 보는데 다른 감미료로 바꾼 다음 같은 일 생기면 그때도 바꿔야 하나요?

식품업계 관계자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예고와 동일하게 아스파탐을 최종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현재 아스파탐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자 식품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스낵 제품에 적은 양의 아스파탐을 쓰는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선제적으로 아스파탐의 대체 감미료를 찾기로 결정했고,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개사도 일부 PB상품에 사용되는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찾기로 했다. 아스파탐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한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바꾼다기보다는 소비자 정서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펩시콜라 제로슈거에 아스파탐을 넣는 롯데칠성음료는 이날 원액을 제공하는 글로벌 본사 한국펩시콜라 측으로부터 "아스파탐은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아스파탐을 다른 대체제로 바꾸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되는 막걸리의 85%가량에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막걸리 업계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아스파탐 사용이 금지돼 대체제를 찾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영세 업체들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스파탐과 완전한 결별은 어렵다"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번 아스파탐 논란이 식품업계의 제로 칼로리 상품 마케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설탕을 대체한 인공감미료로 단맛은 유지하되 칼로리를 확 낮춘 스낵·음료·술 등 '제로 칼로리'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고 식품업계는 이를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마케팅해 왔다.

하지만 5월 WHO가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비당류 감미료(NSS)가 체중 조절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한 데다 이번 아스파탐의 발암가능물질 지정까지 이어져 인공 감미료를 쓴 상품은 '건강'을 전면에 내세우기 껄끄러워진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생각해서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로슈거 음료를 마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암가능물질이 들어 있다고 하니 속은 느낌일 것"이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도 당분간 인공 감미료를 넣은 제로슈거 상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식품업계가 아스파탐과 완전히 결별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저렴한 가격으로 비만, 당뇨 위험이 큰 설탕을 대체한다는 효용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에서 아스파탐을 쓰지 않고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경우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고 설탕은 훨씬 더 몸에 해로운 데다 아예 감미료를 안 쓰면 쌀 함량을 서너 배 높여야 해 포도당 비중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도 막걸리 매출이 2, 3%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실제로 아스파탐 논란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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