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적이 일어나길…" 침수 오송 지하차도 현장 실종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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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폭우로 물에 잠겨 1명이 숨지고 차량 10여대가 침수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현장 지휘소 앞에서 만난 이모(51)씨가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전날 오전 7시 11분께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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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천경환 이성민 기자 = "28초의 통화가 어머니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16일 폭우로 물에 잠겨 1명이 숨지고 차량 10여대가 침수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현장 지휘소 앞에서 만난 이모(51)씨가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전날 오전 7시 11분께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청주에 있는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 아들이 사는 경기도 일산은 괜찮은지 묻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이라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씨는 어머니께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 이후 어머니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친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어머니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시내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경찰이 물이 들어찬 버스 안에서 촬영된 사진 한장을 보여줬는데 꽃무늬 셔츠를 입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다"며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전날 오후 10시 30분 오송에 도착한 이씨 부부는 밤새 뜬 눈으로 현장을 지켰다.
이씨 외에도 현장 지휘소에는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더디기만 한 구조작업에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현장 지휘소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경찰이 설정한 통제선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과 차량 장비가 지하차도로 들어갈 마다 가족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두리번거렸고, 쌀쌀한 새벽바람이 불 때면 담요를 몸에 두르고 바람을 막았다.
세종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40대 의사 아들과 통화가 안 된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온 A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나와 식사도 거른 채 자리를 지켰다.
그는 "희망은 없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다"며 "아들이 찬물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A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실종 가족은 이번 사고는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청주 주요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연이어 발령됐는데 도로 통제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누구 하나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차량이 마음대로 통행한 거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을 침수된 버스기사 친형이라고 밝힌 이모(60)씨는 "지하차도가 저지대에 있는데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차량이 침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냐"며 "이는 관리 감독 소홀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사고 직후 구조됐다.
경찰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11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유관기관과 함께 배수작업과 물막이 작업을 병행하며 밤새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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