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잭팟→올스타 42년 역사상 최초' 채은성이 곧 신화다…"의장대 때는 상상도 못했죠"
[스포티비뉴스=사직, 김민경 기자] "의장대 때는 오늘(15일) 같은 날은 상상도 못 했죠. 공연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외야수 채은성(33)은 야구선수로 가장 힘들었던 2010년 군 복무를 선택했다. 효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의 맛을 본 직후였다. 프로 무대의 벽을 절감하고 좌절감이 커지자 잠시 경기장에서 멀어져 군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의장대에 뽑혀 1년 10개월 동안 군 생활을 했다. 채은성은 이때 하도 총을 돌려 야구 배트도 눈 감고 돌릴 수 있는 특기를 얻었는데,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시기이기도 했다.
채은성은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뜻하지 않게 13년 전 추억의 한 조각을 꺼냈다. 한국 정전 70주년을 맞이해 클리닝타임 때 해군 의장대 공연이 펼쳐졌다. 채은성은 의장대가 그라운드에서 총을 빙빙 돌릴 때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 노시환과 함께 의장대의 동작을 따라 배트를 돌리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채은성은 "(총 돌리기는) 자전거 타는 것과 똑같다. 한번 배우면 눈 감고 할 수 있다. 군인 분들 공연을 보면서 '저땐 그랬지' 하며 예전 생각도 났다. 의장대 때는 오늘 같은 날을 상상도 못 했다. 공연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고, 현재를 또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현재에 감사하다"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채은성은 13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오로지 땀과 노력으로 육성선수 신화를 쓰며 KBO리그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6년 90억원 대박 계약을 했고,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홈런 레이스 우승(상금 500만원)과 미스터 올스타(상금 1000만원)를 독식하며 상금 1500만원을 벌었다. 올스타전 42년 역사상 홈런 레이스 우승과 미스터 올스타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는 채은성이 유일하다.
채은성은 10개 구단 팬 2만2990명이 가득 찬 사직야구장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1회말 첫 타석부터 우중간 적시 2루타로 1-0 리드를 안기더니 4-0으로 앞선 4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롯데 구승민에게 좌월 그랜드슬램을 뺏어 8-0으로 거리를 벌렸다. 나눔 올스타의 승리와 채은성의 MVP가 사실상 확정된 순간이었다.
올스타전 만루포 역시 값진 기록이었다. 1982년 7월 4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올스타 3차전 김용희(롯데, 동군) 이후 41년 만에 나온 올스타 역대 2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채은성은 이날 5타점으로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2019년 SK 한유섬)까지 달성했다.
꿈같은 이틀을 보낸 채은성은 "얼떨떨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만루 홈런도 그렇고, 사실 소크라테스(KIA)가 MVP를 받을 줄 알고 관심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팬들과 같이하는 자리라 참가에 의의를 두고 왔다. 재미있게 놀다 간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덧붙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혼자만의 신화에 그치지 않고, 채은성은 이제 한화와 좋은 기운을 나누려 한다. 한화는 전반기 성적 34승40패4무로 8위에 머물렀다. 2020년대에는 줄곧 꼴찌를 도맡았던 터라 최하위 탈출에 의의를 둘 수도 있지만, 한화는 이제 5강 진입까지 욕심을 내려 한다. 5위 롯데 자이언츠(38승39패)와 2.5경기차라 도전 가치는 충분하다.
채은성은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고, 타이트한 경기를 이기면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후반기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기운을 잘 나눠야 할 것 같다"며 후반기 한화와 함께 더 높이 비상할 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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